與 “‘샤이 진보’가 당락 가를것”… 실망한 지지층 붙잡기에 사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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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D-13]“부동산 이슈 등서 등돌린 지지자들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고 의견 숨겨”
박영선, 오차범위밖 뒤지고 있지만 당에선 “우려할만한 수준 아니다”
“실망 알지만 野 찍을순 없지 않나”‘미워도 다시 한번’ 호소 전략도

손 맞잡은 박영선-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인재근 의원 사무실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만남은 인 의원의 주선으로 우연히 만나는 형식이었지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는 이 지사가 박 후보 측면 지원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손 맞잡은 박영선-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인재근 의원 사무실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만남은 인 의원의 주선으로 우연히 만나는 형식이었지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는 이 지사가 박 후보 측면 지원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지지 의사를 적극 표명하지 않고 숨기는 ‘숨은 진보’ 지지층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판세와 관련해 “지금 언론들이 전하는 여론조사 상황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오차범위 바깥에서 뒤지고 있지만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는 진보 지지층을 뜻하는 ‘샤이(Shy) 진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에서는 ‘샤이 트럼프’, 국내에서는 ‘샤이 보수’ 등 주로 보수 진영에서 언급됐던 숨은 지지층 이슈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보 진영에서 등장한 것이다. 대대적인 지지층 결집에 나선 민주당은 이 ‘샤이 진보’가 이번 4·7 보궐선거의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與 “반드시 ‘샤이 진보’ 잡아야”

민주당은 최근 박 후보는 물론이고 당 지지율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배경에는 기존 지지층의 실망이 결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2017년 대선부터 지난해 총선까지 변함없이 민주당을 찍었지만, 최근 부동산 이슈 등으로 인해 등을 돌리거나 아예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샤이 진보’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YTN, TBS 의뢰로 22, 23일 서울시민 104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박 후보(29.2%)와 오 후보(48.9%)의 지지율 격차는 19.7%포인트였다. 그러나 중도층에서는 두 후보 간 격차가 22.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또 리얼미터가 지난달 7, 8일 실시한 조사에서 진보층에서의 박 후보 지지율은 오 후보를 상대로 75.8%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9.5%까지 내려갔다. 민주당 내에서 “중도 확장도 중요하지만 기존 지지층이 더 이상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런 ‘샤이 진보’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우리에게 실망한 것은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기권하거나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설득하고 있다”며 “이른바 ‘미워도 다시 한 번’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원식 고민정 의원 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은 빨간색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이제껏 단 한 번도 탐욕에 투표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공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후보들을 향해 대대적인 ‘탐욕 프레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탈한 진보는 과연 돌아올까

이번 선거에서는 ‘샤이 진보’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지만, 반대로 2017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 전에는 ‘샤이 보수’가 주목받았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던 보수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보수 전체가 위기에 처하면서 보수 성향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샤이 보수’가 투표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샤이 진보’가 투표장에 대거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임기) 1년짜리 보궐선거이고, 정권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큰 상황이라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강화한다고 해서 지지층이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5년을 결정짓는 대선과 달리 짧은 임기의 시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경고’ 차원에서 진보 지지층이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해 ‘샤이 진보’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박 후보가 다소 뒤지고 있지만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투표하면 이긴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샤이 진보#지지층 붙잡기#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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