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에 나부낀 파란 리본 1229개… “진상 규명이 위로”

  • 동아일보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앞둔 유족들
추모미사-리본으로 희생자 기려
독립적 사고조사위 설치도 촉구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둔 2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를 기리는 파란 리본을 사고 현장 인근 철책에 매달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둔 2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를 기리는 파란 리본을 사고 현장 인근 철책에 매달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직도 아들이 출장을 간 것 같고, 집에 있을 것 같은데….”

지난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아들과 손자를 잃은 유가족 류모 씨(74·여)는 2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앞 철책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파란색 리본을 묶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후 공항 1층 분향소에서는 사고 1주기를 앞두고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무안성당을 중심으로 천주교 광주대교구 등이 마련한 행사다. 미사 후 유족과 시민들은 사고 현장 철책으로 이동해 파란 리본을 묶으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 준비된 리본은 1229개였다. 200여 m에 이르는 철책은 유가족과 시민 50여 명이 묶은 리본으로 파란 물결을 이뤘다. 참사로 딸과 사위를 잃은 임정임 씨(64·여)는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추모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전날 서울에서도 나왔다.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하루 전인 2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울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유족 40여 명을 포함한 참가자 300여 명은 ‘진실을 규명하라’ ‘책임을 밝혀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독립적인 사고조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김유진 유가협 대표는 “179명이 희생됐지만 아직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유족에게 진짜 위로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항공기가 활주로 인근 둔덕과 충돌하며 발생해 탑승객과 승무원 등 179명이 숨진 사고다. 이후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합동조사에 착수했지만, 유족들은 조사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최근 추진되던 공식 조사 결과 중간 발표도 유족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유족들은 사고 1주기인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공식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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