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방지법, 이미 투기한 LH직원엔 속수무책… ‘이익몰수’ 소급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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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투기 의혹]국회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등 의결

경기 성남시 주민들로 이뤄진 ‘성남주민연대’ 회원들이 24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 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비판하며 LH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성남시 주민들로 이뤄진 ‘성남주민연대’ 회원들이 24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 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비판하며 LH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공공기관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 이익을 몰수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이미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헌 가능성이 높아 개정안을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이른바 ‘투기 및 부패방지법’으로 불리는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미공개 개발 정보를 누설하거나 투기에 활용한 공직자는 물론이고 이런 정보를 넘겨받은 제3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공공주택 업무를 하는 공직자와 관련 업체 종사자가 미공개 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할 때만 처벌이 가능하다. 처벌 수위도 대폭 높였다. 현재는 법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지만 개정안은 부당 이익 규모에 따라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도록 했다. 부당 행위로 얻은 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투기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당초 ‘투기 및 부패방지법’ 개정안 중 상당수에 재산상 이익 몰수 규정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의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는 개정안에서 소급 적용 조항을 빼기로 했다.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국토위 소위원장)은 이날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에만 예외적으로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며 소급 적용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 23일 국회 법사위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토위에선 소급이 어려운 것으로 해석했지만 입법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결국 소급 적용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시작돼 현재도 진행 중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공익적 필요에 따라 소급(부진정 소급)할 수도 있지만 토지 투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아파트 재건축이 추진 중인데 재건축 규제가 생기는 건 연속적인 행위라 부진정 소급 입법에 해당할 수 있지만 땅을 사는 것과 파는 건 별개의 행위여서 소급이 어렵다”고 했다.

LH가 인사 및 보수 규정을 개정해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직원들을 징계한 뒤 이들의 월급을 삭감하는 방안은 가능하다. 다만 이 역시 퇴직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투기 이익 몰수는 힘들지만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 직원들이 시세 차익을 크게 남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LH 규정을 개정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들에게 현금 대신 땅을 주는 대토보상이나 ‘협의 양도인 택지’ 부여 자격을 주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신도시 예정지 땅을 매입한 사람은 대토보상과 협의 양도인 택지를 받아야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런 기회가 박탈되면 해당 직원들은 시세보다 싼 감정평가액에 토지를 넘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사실상 투기 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통상 현금 보상액이 초기 투자금보다 많은 게 현실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투기 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하겠다”고 했지만 LH 규정 개정만으로 투기 이익을 전액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호경 kimhk@donga.com·이지윤 기자

#투기방지법#lh직원#속수무책#이익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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