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프리카 코이코이족의 따스한 속삭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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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코이코이족, 산족 지음·W H 블리크 채록·이석호 옮김/128쪽·1만1500원·갈라파고스

‘할아버지 오두막에서 잠을 잘 때마다/난 늘 그 곁에 앉아 있곤 했지/밖은 추웠어/난 할아버지에게 묻곤 했지/내가 들은 소리의 정체에 대해/꼭 누군가 말하는 소리처럼 들렸거든/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별들이 수군대는 소리라고….’(‘말하는 별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힘든 시절이다. 단절되고 고립된 시기에 위로를 건네는 건 자연이다. 여전히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별과 달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프리카 소수 민족의 시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시들은 아프리카의 소수민족이 구전으로 읊어왔던 것이다. 이 소수민족은 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아프리카 남부의 칼라하리 사막 부근에서 살고 있다. 수렵과 채집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특히 산족은 수풀 속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의 ‘부시먼’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언어학자인 채록자가 1860, 70년대 말로 전해지던 시를 모아 남겼다. 한국의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인 역자가 이 중 일부를 골라 묶어냈다.

시는 자연과 마주한다. “그는 비의 머리카락을 만들어/부드럽게 흘러내리게도 했지/비에게 두 다리를 만들어주고는/든든한 기둥처럼 흐르게도 했지…(‘비를 부르는 무당’)”라며 인간에게 지대한 역할을 미친 비를 조명한다. “한때 나무의 재였던 너희들은/이제 은하수가 될 거야/그래서 별들을 데리고 뱅뱅 돌아라…(‘은하수를 만든 소녀’)”라며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의미를 부여한다. “해가 뜨기 직전에/신기루가 나타나면/사람들은 말하지, 그건/토끼라고/토끼의 신기루라고…(‘안개와 토끼’)”하며 신비로운 자연현상에 상상력을 더한다.

“지금 이곳의 현실이 각박하면 각박할수록, 내 안에 영혼 같은 건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상해갈수록 이 시들을 떠올리게 된다”는 추천사가 와 닿는다면 오늘은 아프리카의 시를 읽어보자. 팍팍해진 마음이 조금 다독여질지도 모르겠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아프리카#코이코이족#속삭임#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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