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에 잠잠한 北…실기동 없는 최소화 훈련에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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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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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현재 진행 중인 올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21-1-CCPT)에 대해 ‘이례적으로’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훈련 때마다 이를 비방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거나 ‘맞불’ 성격의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고 때론 무력도발마저도 서슴지 않았던 상황. 그러나 올해는 1주차 훈련이 마무리되는 12일 현재까지도 “북한으로부터 특이동향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북한은 올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당시까지만 해도 ‘한미훈련은 한반도 평화와 군사적 안정 보장을 위한 남북합의 이행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 중단을 요구했었다. 특히 북한은 이런 “근본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남북관계 개선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훈련이 실시될 경우 북한이 도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정의용 외교부·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적절한 수준” “유연한 해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훈련 축소 또는 연기 필요성을 주장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과 달리 북한이 이번 한미훈련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그 배경을 놓고는 Δ이번 훈련 기간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만 진행되는 데다 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 규모도 “최소화”한 탓에 결과적으로 ‘한미훈련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감안했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듯, 훈련 개시일이던 지난 8일 브리핑에서 “통일부는 그동안 한미훈련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며 “북한도 우리의 이런 노력에 상응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걸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사실상 북한의 도발 자제를 주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도 12일 통일부 주회 화상토론회에서 “(한미훈련에 대한) 우려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현 상황에 맞게 조율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도 이런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미 모두 현재까지 상황을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잘 관리하고 있다. 지금 국면을 안정되게 관리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같은 토론회에서 남북한과 미국이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해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을, 그리고 한미는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한미훈련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훈련 축소보다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미 정부가 올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사실도 북한이 이번 한미훈련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은 10일(현지시간) 보도된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내부 사정이 너무 어려워 외교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마키노 위원은 한미훈련 막바지인 오는 17일부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예정임을 점을 들어 “이때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도) 좀 더 기다려보겠다는 생각이 아닐까 한다”고도 말했다.

이번 한미훈련은 오는 18일 종료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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