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메스껍고 어지러운 ‘이석증’… 중력으로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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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지 교수(위)가 이석증 치료법 중 널리 알려진 에플리법을 통해 환자 A 씨(아래)의 눈 움직임을 관찰하며 치료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지 교수(위)가 이석증 치료법 중 널리 알려진 에플리법을 통해 환자 A 씨(아래)의 눈 움직임을 관찰하며 치료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직장인 A 씨(36)는 최근 지하철로 퇴근하던 길에 갑자기 메스꺼움을 느꼈다. 이튿날 퇴근길에서는 하늘이 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야근 탓일 거라고 생각하며 집 근처 의원을 찾았는데 ‘이석증’ 의심 소견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김현지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A 씨를 상대로 몇 가지 테스트를 하자 퇴근길에 겪었던 것과 같은 어지럼증이 재현됐다. 김 교수는 문진과 진찰로 이석증 진단을 내린 뒤 ‘에플리(Epley)법’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A 씨의 어지럼증은 사라졌다. 요즘 재발 방지를 위한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45세 이상 중년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이석증이 젊은 남성에게도 나타난 사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이석증 환자는 2014년 30만 명에서 2018년 37만 명으로 4년간 연평균 4.8% 증가했다. 최근에 국내 이석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여성 환자는 26만 명으로 남성보다 2.4배 많다.

이석증은 귓속 이석 기관에 있는 미세한 칼슘 가루인 이석(耳石)이 제자리를 이탈해 다른 전정기관 중 하나인 반고리관(귀의 안쪽에 있는 반원 모양의 관)에 들어가 발생한다.

이석이 제 위치에 있을 때는 평형감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제 위치에서 벗어나면 심한 어지럼을 일으킨다. 위험한 병은 아니지만 환자는 주위가 빙빙 도는 듯한 극심한 어지럼으로 공포와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이석 조각을 원위치로 돌리는 이석 치환술이다. 누운 상태에서 머리 위치에 변화를 줘 이석이 반고리관을 따라 원위치로 돌아가게 하는데, 중력을 이용한 일종의 물리치료법이다. 70∼90% 정도는 증상이 완화되거나 호전된다.

자세요법인 에플리법은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에서 고개를 양쪽 옆으로 돌려준다. 당일 치료율이 60∼80%에 달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 이석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노화나 칼슘대사 장애, 골다공증, 외부 충격,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만성피로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중이염이나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등 귀 질환을 앓았다면 발생 확률이 높은 편이다.

이석증을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아직 없다. 치료가 쉬운 만큼 재발도 잦은 질병이다. 평소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을 경우 악순환이 이어져 만성 어지럼증으로 가는 사례가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D가 부족하고 골밀도가 낮으면 이석증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술이나 카페인 음료, 짠 음식 등은 전정 기능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인하대병원은 ‘어지럼 클리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어지럼증 환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재발이 잦은 환자들 중 침대 끝에 누워 고개를 돌리는 등 자가요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수기법에 혼란을 줄 수 있어 권하지 않는다”며 “이석은 체내에서 소멸과 재생을 반복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하지만 어지럼증이 반복해서 나타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신속하게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이석증#중력#인하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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