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재즈-클래식 들어온 남자의 ‘음악 이야기’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2-23 03:00수정 2021-02-23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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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 음악 국내 배급하는 류진현 씨앤엘뮤직 부장
ECM의 명반 담은 신간 발간
50장 추천작 친절하게 해설 “천천히 순서대로 감상하세요”
류진현 씨가 ECM 대표 명반인 키스 재럿의 ‘TheKoln Concert’ LP(왼쪽)와 신간 ‘ECM 50 음악 속으로’를 들어보였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7년을 하루같이 졸리거나 어려운 음악을 들었다. 맡은 일이 그렇다. 세계적인 재즈·클래식 음반사 ‘ECM’(1969년 설립)의 국내 배급이 이 사람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ECM의 모토는 의미심장하다.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어떤 길고 지루한 음악도 견뎌내는 사람, 류진현 씨앤엘뮤직 부장(49)의 애사심은 알아줘야 한다. 그가 신간 ‘ECM 50 음악 속으로’(에이치비 프레스)를 냈다. 2015년 ‘ECM Travels’ 이후 ECM에 관한 책만 두 번째다. 키스 재럿, 팻 메시니의 드라마틱한 발라드는 ECM의 빛나는 첫인상. 그러나 메러디스 멍크의 23분짜리 보컬 전위 예술, 아르보 패르트의 유장한 미니멀리즘도 ECM의 몸뚱이다.

“씨앤엘에 2001년 입사해 2004년부터 ECM 배급을 맡았어요. 고교 시절에 그룹 ‘오리건’으로 ECM을 접하고 애호가가 됐지만 업무로 만난 ECM은 또 달랐습니다. 저의 눈과 귀를 활짝 열어줬죠.”

류 씨는 독일 뮌헨의 ECM 본사에 거의 매년 간다. 고집스러운 미학 세계로 유명한 설립자 겸 프로듀서 만프레트 아이허와 직접 대면한 것도 십수 차례. 재즈 연주자 얀 가르바레크의 명반 ‘Officium’(1994년)을 녹음한 알프스 산중의 장크트 게롤트 수도원에 각국의 ECM 배급 담당자와 집합해 졸음을 참으며 신작 감상회를 연 것도 별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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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허요? 완벽에 집착하는,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 비즈니스는 전혀 생각하지 않죠. 하나의 앨범은 그 앨범 자체로, 그것도 곡 순서 그대로 들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류 씨의 신간도 진지하고 아름답다. 50장의 ECM 추천작을 꼽아 친절하게 해설했다. 각각의 앨범 표지는 CD 사이즈보다 더 크게 인쇄했다. 표지 디자인이 꿈결 같고 예술적이어서 미술 전시 도록을 방불케 한다.

“절판된 LP를 어렵게 구해 촬영해 싣기도 했습니다. LP처럼 여러 장의 사진을 펼쳐볼 수 있게 한 디자인에도 신경 썼죠.”

한국의 ‘니어 이스트 쿼텟’(2018년)의 음반도 당당히 자리했다.

“ECM의 단순한 애호가로 남았다면 저도 황금시대라 불리는 1970년대의 ECM만을 아직 파고 있었을지 몰라요. 2010년대, 2020년대에도 ECM은 계속 훌륭한 신작을 내고 있습니다.”

전작 ‘ECM Travels’도, 신간도 첫머리는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1972년) 음반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반이니까요. 코리아와 두세 번 만났는데 이달 초 별세 소식에 놀랐습니다. 저는 ECM에서 음반을 낸 음악가가 방한하면 꼭 찾아가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통상 ‘셰틸’로 표기하는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케틸 비에른스타의 이름도 본인을 만나 직접 물어봐 확인한 표기를 사용했다.

“50장 외의 수많은 명반을 소개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단, 재즈나 연주 음악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분이라면 빠져들 수 있는 음반만 넣었습니다. 소개된 앨범을 꼭 천천히 순서대로 들어봐 주세요. 디지털 스트리밍이 존재하기 전에 우리가 늘 그랬던 것처럼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cm#류진현#인터뷰#씨앤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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