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집에서 빨래까지… 프로야구도 학폭 얼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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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어 2개 구단 선수 거론돼 “고교전훈때 야구 방망이로 때려”
해당 구단 선수에 진상조사 나서
12년전 박철우 폭행 이상열 감독 “반성하고 사죄” 잔여경기 결장

배구계를 강타한 학교폭력(학폭) 사태가 프로야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전직 야구선수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수도권 구단의 현역 선수 A, B에게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전지훈련을 가면 매일 머리를 박게 하고, 야구방망이로 맞기도 했다는 등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또 가해자 집에 가서 빨래까지 했다고도 했다. 해당 구단은 관련 선수를 조사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앞서 19일에도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한화의 현역 선수 C가 초등학교 4∼6학년 시절 자신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신체적인 폭력을 비롯해 폭언들, 패거리들이 모여 단체로 집단폭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조사에 나선 한화 구단은 소속 선수 C의 초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 논란과 관련해 사실 입증이 어려워 판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은 최근 C의 학교폭력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당사자 간 기억이 명확하게 다르고, 근거가 될 수 있는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기록이 해당 학교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분의 일관적인 입장도 존중한다”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기다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프로배구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선수 박철우(36·한국전력)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55·사진)은 시즌 잔여 경기에 출장하지 않기로 했다. KB손해보험은 20일 “이 감독이 잔여 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이 감독은 “과거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박철우 선수에게 깊은 상처를 준 데 대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다.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팬, 구단, 선수들에게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고 이날 팀을 떠났다.

피해자 박철우는 18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SNS 계정에 “정말…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이네” 등의 글을 남겼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는 이 감독 등 배구계 폭행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그러나 구단 차원의 결단이 아닌 자진 경기 출전 포기의 모양새가 미흡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19일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부 삼성화재 박상하(35)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될 때까지 출전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홍구 windup@donga.com·강동웅 기자

#학폭#논란#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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