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靑 “선 넘은 색깔론” 강경… 與내부 “USB내용 공개” 주장도

입력 2021-02-02 03:00업데이트 2021-02-02 08:3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익 훼손” “낡은 북풍 또 꺼내”… 당정청, 야당 향해 일제히 포문
“관련 내용 공개로 논란 마침표”… 의혹 확산 차단 추가조치 고심
“남북 정상간 자료 공개는 부적절”… 일각 NLL대화록 파문 재연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제안했다는 야당의 의혹에 대해 직접 나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문재인 대통령), “국익을 훼손하는 위험한 정치.”(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선거 때만 되면 북한 공작을 기획하는 보수 야당의 고질병.”(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제안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두고 1일 하루 동안 여권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원전 논의는 없었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당정청이 일제히 야당을 향한 맹폭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논란을 마무리 짓기 위해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의 내용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 “정치 후퇴”까지 언급하며 격앙된 文

야당의 의혹 제기에 들끓는 청와대 기류는 이날 여과 없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문 대통령을 향해 “이적 행위”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잔뜩 날이 서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 후퇴’까지 언급할 정도로 의혹 제기를 이어가는 야당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직접 겨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브리핑을 언급하며 “북한 원전 건설이 정부 정책으로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흘도 못 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야당의 문제 제기를 향해 “처음부터 가짜, 상상 쟁점”이라고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도 “야당이 정부를 향해 이적 행위라는 공세를 하는 것 자체가 공작 정치이고 망국적 색깔 정치”라며 “(김 위원장이) 당내 통제가 안 되니 북풍(北風)이라는 낡은 수단을 꺼냈다”고 비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보고받고 확인한 바로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 내용 중에 원전의 ‘원’자도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 USB메모리까지 공개 고심하는 靑

여권 안에서는 의혹의 대상이 된 관련 문서들을 아예 공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는 취지다. 그동안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서 공개를 거부했던 산업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측에 건넨 USB메모리 내용까지 공개하자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당시 언론에서도 (USB메모리에 담긴) 신경제협력 방안이라는 게 어떤 건지라는 것들에 대한 내용들이 상당 부분 공개가 됐다”며 “필요하다면 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한 문건 공개를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법적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남북 정상 간 주고받은 자료를 대외적으로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상 간 관행을 깨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야당의 요구에 섣불리 응했다가 2013년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파문과 같은 혼란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2013년 6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재점화하자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은 대화록 전면 공개를 역제안했다. 여야 합의 끝에 의원들이 대화록을 열람했지만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권오혁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