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같은 전체주의 정권의 잔혹성 용서해선 안 돼”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1-19 03:00수정 2021-01-19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미스터 존스’ 홀란트 감독
스탈린 체제下 우크라이나 참상, 전체주의 정권의 잔혹함 담아내
유대인-폴란드인 출신으로 겪은 차별과 배척 경험 생생하게 그려
‘미스터 존스’에서 주인공 개러스 존스 역을 맡은 영국 배우 제임스 노턴(오른쪽). 아그니에슈카 홀란트 감독은 “존스는 지질한 면도 있지만 열정이 넘치며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캐릭터”라고 했다. 제이브로 제공

폴란드 출신의 거장 아그니에슈카 홀란트 감독(73·사진)의 영화에는 역사의 상처가 흐른다. 홀로코스트가 폴란드를 휩쓴 직후 유대인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유대인에도 폴란드인에도 속하지 못하며 배척당한 경험과 전체주의의 잔혹성을 영화에 녹였다. 아우슈비츠행 기차에서 탈출한 여성과 농부의 사랑을 그린 ‘전장의 로망스’(1985년), 나치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대인임을 숨기는 소년 이야기 ‘유로파 유로파’(1990년), 유대인들의 은신을 돕는 폴란드인 하수도 관리인 이야기 ‘어둠 속의 빛’(2011년)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영화들로 세 차례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고 유로파 유로파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7일 국내 개봉한 ‘미스터 존스’는 1932∼1933년 우크라이나 대기근 ‘홀로도모르’를 폭로한 영국 기자 ‘개러스 존스’(제임스 노턴)의 이야기다. “우리는 역사의 희생양에게 진실을 파헤치고 이를 기억할 의무를 빚지고 있다”는 홀란트 감독을 서면으로 만났다.

홀로도모르는 스탈린 정권이 집단농장 체제에 반기를 든 우크라이나 자영농의 곡물을 수탈해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사건이다. 존스가 남긴 홀로도모르의 기록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시발점이 됐다.

“소련의 공산주의, 특히 스탈린 정권은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고 자연의 법칙을 무너뜨렸어요. 오늘날 북한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죠. 정치적 이념과 전체주의적 목표를 앞세워 자행한 수많은 범죄를 용서해서도, 잊어서도 안 됩니다.”

주요기사
카메라는 홀로도모르를 파헤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존스를 따라간다. 존스의 대척점에는 뉴욕타임스 모스크바 지국장 ‘월터 듀런티’(피터 사즈가드)가 있다. 듀런티는 스탈린 정권의 돈으로 술과 마약 파티를 벌이고 정권을 칭송하는 기사를 쓴다.

“영화는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언론은 여전히 한쪽 편에 서서 정치적 선전을 위한 기사를 씁니다. 소셜미디어와 가짜 뉴스가 퍼진 오늘날 용감하고 객관적인 저널리즘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요.”

그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영화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체코로 떠났고, 자유노조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자국으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했다. ‘대의’라는 이름 아래 희생된 개개인의 삶을 섬세하게 그리는 능력은 굴곡진 삶이 그에게 남긴 선물이다.

“영화는 제게 감정과 사실, 상상력을 담는 도구이자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도구예요. 타인에 대한 이해이자 인간의 숙명, 자유를 향한 투쟁에 대한 공감이죠. 공감이야말로 제가 예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홀란드#영화#미스터 존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