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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PCR보다 12배 빠르게… 분자진단 기술로 ‘방역 패러다임’ 바꾼다

입력 2021-01-11 03:00업데이트 2021-01-11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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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감염병 진단기술’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안팎으로 쏟아지자 방역당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하며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숨은 감염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불린 이유로 신속하고 광범위한 검사가 가능한 의료체계를 꼽는다. 하지만 현재 활용되는 진단기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완벽하진 않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기존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진단기술을 개발하려는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 연구진, PCR보다 빠른 ‘분자진단’ 기술 개발

현재 코로나19 진단에 활용되는 대표적 검사 방법은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다. 피검사자의 유전자(DNA)를 증폭시켜 코로나바이러스의 양성 대조군과 비교해 분석한다. 정확도가 높지만 결과가 나오는 데 최소 6시간이 걸린다. 검사량이 몰릴 경우 하루를 넘기기도 한다. 바이러스를 정제하고 증폭시키는 값비싼 장비도 필요하다.

PCR와 함께 널리 쓰이는 신속항원검사는 진단키트에 항원(바이러스)을 인식하는 항체를 코팅해 검체와 반응시켜 감염 여부를 가린다. PCR와 달리 15∼30분이면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위양성(거짓 양성) 비율이 약 40%에 달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두 검사방법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다. PCR 수준의 정확도를 갖추면서도 30분 만에 진단이 가능해 감염병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이정욱·정규열 교수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RNA로 신속하게 코로나19를 진단하는 기술(SENSR)을 개발해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발표하고 현재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그동안 암이나 당뇨 같은 대사질환에 주로 쓰인 분자진단 기술을 활용한다. 분자진단은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분자 수준의 변화를 평가해 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기법이다. 분자진단에서 분자는 보통 DNA나 DNA가 지닌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관여하는 핵산인 RNA를 뜻한다. 이들은 질환을 판단하는 체내 지표인 ‘바이오마커’의 일종이다. 그동안 식중독이나 감염질환의 경우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분야라는 이유로 분자진단 기술의 연구 투자가 미진했었다.

이 기술은 PCR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PCR는 피검사자의 DNA를 증폭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DNA를 증폭시키려면 바이러스 RNA를 DNA로 만드는 ‘역전사’를 거쳐야 한다. 역전사와 DNA 증폭이라는 두 번의 단계를 서로 다른 환경에서 거쳐야 한다.

하지만 포스텍 연구팀의 기술은 RNA를 DNA로 바꾸는 역전사 과정을 생략한다. 그 대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에만 붙는 분자, 피검사자의 검체와의 반응에 필요한 효소를 통해 바이러스 RNA가 있을 경우에만 반응해 형광색을 띠도록 설계했다. 실제 환자 샘플과 반응시켰을 때 30분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정확도는 PCR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PCR처럼 표준 진단 체계에 포함될 정도의 상용화에 도달하려면 정확도, 민감도에 대한 대규모 검증이 필요하다”며 “상용화되면 코로나19를 비롯해 감염병 분자진단 분야에서 기술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5분 내 진단 기술도 등장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안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진단 기술도 코로나19 극복에 활용되고 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수상 직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5분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진단기술을 개발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공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특정 DNA 염기를 찾아가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기술이다.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를 찾아가는 가이드RNA에 형광입자를 붙였다. 가이드RNA가 바이러스 RNA와 결합할 경우 RNA 가닥을 효소로 잘라낸다. 이때 잘린 RNA 가닥에 레이저를 비춰 빛이 나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 환자 검체 5개를 모두 5분 만에 양성으로 판정했다”며 “유전자 증폭이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 없어 획기적인 방식”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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