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도 ‘희망 바이러스’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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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깨고 불우이웃돕기 온정 답지
대구경북모금회 목표액 달성 청신호
계명문화대-대구대 등 기부 참여
지역 기업들도 성금 전달 잇따라

29일 대구 서구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불우이웃에게 선물할 사랑의 보따리를 포장하고 있다. 1년간 급여의 끝자리 금액을 모아서 마련했다. 대구 서구 제공
29일 대구 서구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불우이웃에게 선물할 사랑의 보따리를 포장하고 있다. 1년간 급여의 끝자리 금액을 모아서 마련했다. 대구 서구 제공
29일 대구 남구 봉덕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은 봉명경로당. 어르신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추운 겨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돕자며 뜻을 모았다. 어르신 13명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성금은 모두 220만 원. 이구형 씨(78)는 2년 동안 파지를 팔아 모은 50만 원을 성금에 보탰다. 이 씨는 “어려운 이웃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니까 그간 고생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 직원들은 2013년부터 매년 급여의 1만 원 미만 끝전을 1년간 모아 연말에 이웃사랑 선물을 한다. 방한용품과 생필품을 구입해 만든 사랑의 보따리는 매년 100가구에 나눠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3명 늘어난 181명이 동참해 모두 1246만 원을 모았다. 30일 필요한 가정에 사랑의 보따리를 전달한다. 진인환 서구 인사담당은 “모두가 어려울 때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올해 처음 참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손길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각계각층의 온정이 피어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 대학들의 기부 참여도 눈에 띈다. 계명문화대 직원들이 구성한 ‘1% 사랑의 손길’은 28일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마스크와 마스크목걸이 등을 담은 나눔 키트 52세트를 전달했다. 취약 계층에 전달될 예정이다.

대구대는 최근 경산과 영천지역 불우이웃 70가구에 1500만 원 상당의 연탄, 마스크, 쌀 등을 전달했다. 영남이공대 직원과 학생들은 성금 500만 원으로 마련한 난방유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대구 남구에 기탁했다.

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희망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대구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성금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공동모금회에 따르면 1일 캠페인을 시작한 후 29일 현재 56억7750여만 원이 모여 사랑의 온도 66.9도(목표액 1%를 모을 때마다 1도씩 상승)를 기록했다. 마감일 전에 목표액 84억9000만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기업들도 팔을 걷었다. 자동차부품 전문기업 에스엘㈜은 28일 모금회에 4억3000여만 원을 기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금을 냈다. 매년 1억여 원을 기부하던 화성산업은 최근 모금회에 2억 원을 전달했다.

대구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불경기지만 기업들이 예년과 동일한 수준 혹은 2배 이상 올려 성금을 내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나서서 나눔 실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경북공동모금회에는 29일 현재 82억2800만 원이 모여 사랑의 온도 64.5도를 기록했다. 경북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업 기부가 늘고 있고 개인 모금이 탄력을 받아 다음 달 말까지 목표액 127억6000만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탄 기부 단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인해 단체 모임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연탄 배달 봉사가 힘들기 때문이다. 심미진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본부장은 “올해 현재까지 쪽방 등에 전달한 연탄은 30만 장으로 지난해 60만 장의 절반 수준이다. 배달 봉사에 나서지 않고도 기부만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코로나#여파#희망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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