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최초 조리서 ‘주식시의’ 200년 만에 재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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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구 현대화 시연회 열려 화제
죽순채-장김치 등 20여 가지 선봬

대덕구 관광두레사업체 미앤미 팀이 현대인 입맛에 맞게 재현한 ‘주식시의’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덕구 관광두레사업체 미앤미 팀이 현대인 입맛에 맞게 재현한 ‘주식시의’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감을 무리 만코 조흔 것살 너어셔, 무르지 안인 것 살 겁질 벅겨 점여 말유면, 구득 한 후 멥쌀가로을 찹쌀가로와 반식 셕거 사탕가루로 만이 셕거 치고∼계피가로 잣가로 대초 밤 살문 거살 쳐 우의 가득히∼’

대전의 은진 송씨 가문에서 전해져 오는 충청권 최초 조리서인 ‘주식시의(酒食是儀)’에 나오는 ‘석탄병(惜呑餠)’ 편이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맛있는 떡”이라는 석탄병은 좋은 감의 껍질을 벗겨 구들구들하게 말린 뒤 멥쌀가루, 찹쌀가루를 반씩 섞어 사탕가루를 많이 넣어 치고, 계핏가루, 잣가루, 대추, 밤 등을 삶아 만든다고 이 책은 전하고 있다.

주식시의가 200년 만에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현됐다.

대덕구는 “최근 공정생태관광 먹거리특화 사업의 하나로 ‘대덕구 대표음식을 찾아라’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주식시의 현대화 시연회를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의 대덕구 관광두레(PD 전찬주)와 올해 대덕구 관광두레사업체로 선정된 ‘미앤미(味&美)’(대표 박영미)가 주관한 이 시연회에선 죽순채와 장김치, 석탄병, 별약포, 삼합미음, 변씨만두, 외상문채 등 요즘 보기 드문 음식 20여 가지를 선보였다.

전 PD는 “주식시의는 충청권 최초 조리서라는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책에서 나오는 음식을 대덕구의 대표 관광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연회에는 미앤미 박 대표를 비롯해 정은선, 백선화, 고영희, 맹승주 씨 등 음식연구가 5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내년부터 관광두레 사업으로 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식시의는 한글 필사본으로 17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도학자이자 정치가인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의 9세손인 송영노의 부인 연안 이씨가 여러 해에 걸쳐 집필했다. 책에는 49가지의 음식 조리법이 상세히 기록돼 있으며 충청권 최초 조리서라는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발전 계승방안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영양군 관계자는 “조선시대 최초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연고지인 경북도와 영양군은 이를 세계화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만들고 책에 적힌 조리법을 현대화해 지역 브랜드로 삼으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주식시의#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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