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감독 1명과 한국 축구감독 8명[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전문기자 입력 2020-12-18 03:00수정 2020-12-1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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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독일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요아힘 뢰프 감독. 독일축구협회는 최근의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뢰프 감독을 2022년까지 유임시키기로 했다. AP 뉴시스
이원홍 전문기자
최근 독일축구협회는 요아힘 뢰프(60) 독일축구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에 0-6으로 대패한 다음에 일어난 경질 여론을 무릅쓰고 내린 결정이다. 독일이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6골 차로 진 것은 89년 만이다. 독일 축구매체 키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뢰프 감독이 독일대표팀을 이끄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뢰프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화상회의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그의 유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2006년 7월 독일 월드컵 직후 감독에 선임됐던 뢰프는 2년 전 계약대로 2022년까지 계속 지휘를 맡게 됐다. 14년 동안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는 현역 최장수 국가대표 감독이다.

뢰프 감독의 가장 큰 위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김영권과 손흥민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한국에 0-2로 패한 때였다. 직전 대회였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었던 독일의 F조 최하위 탈락은 충격적이었다. 뢰프 감독의 경질설이 나왔지만 독일 축구협회는 그때에도 만장일치로 그의 유임을 결정했다.

뢰프 감독 재임 기간 동안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았던 감독은 모두 8명이다. 2006년 6월 핌 베어벡 감독 부임 이후 허정무(2007년 12월∼2010년 7월), 조광래(2010년 7월∼2011년 12월), 최강희(2011년 12월∼2013년 5월), 홍명보(2013년 6월∼2014년 7월), 울리 슈틸리케(2014년 9월∼2017년 7월), 신태용(2017년 7월∼2018년 7월), 파울루 벤투(2018년 8월∼현재)가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 중 허정무, 슈틸리케, 벤투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1년 남짓 지휘봉을 잡았을 뿐이다.

그동안 한국대표팀 감독을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되풀이되곤 했다. 2011년 감독 수행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와 잦은 갈등을 빚었던 조 감독은 한밤중에 경질 소식이 보도되며 물러났다. 급작스럽게 새 감독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힘들게 사령탑을 맡은 후임 최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의 험난한 미래를 예견한 듯 월드컵 예선까지만 한시적으로 감독을 맡기로 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다. 실제로 뒤를 이은 홍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으로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으나 감독으로 나선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뒤이은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반 ‘슈틸리케 마법’이라는 극찬까지 들었으나 갈수록 성적이 부진하자 그 어느 감독 못지않게 맹렬한 비난을 들으며 떠났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 1년을 남겨두고 바통을 이어받았다. 촉박한 시간 속에 다양한 선수 조합을 실험한 그는 본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실험만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반대로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벤투 감독은 전술 변화가 별로 없어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감독들에게 쏟아지는 극심한 비판들은 왜 한국대표팀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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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감독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명됐을 때는 교체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의 교체는 팀 개선과 활력을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의 잦은 대표팀 감독 교체는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팬들의 들끓는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국면 교체용이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협회는 뒤에 숨고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인 것이다. 협회가 비판 여론에 따라 자주 부적절한 시기에 감독을 교체하고, 또 그때마다 급하게 선임된 신임 감독은 부담감과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긴 안목으로 면밀한 검증을 거쳐 감독을 선임하고 그에게 권한과 필요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뢰프 감독이 다시 유임된 것은 그가 부임 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3위, 브라질 월드컵 우승 및 유럽축구선수권 3연속 준결승 진출 등 신뢰할 만한 업적을 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유임이 적절했는지 아닌지는 후일의 성적이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경기만으로 감독을 평가할 수 없다”고 한 독일축구협회의 성명에는 분명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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