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도 사생활이 있어요… 정보 노출 피하고 장시간 촬영은 NO

김태언 기자 입력 2020-12-05 03:00수정 2020-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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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행복한 콘텐츠 만들기 이렇게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이 아니었으면 어떡하죠?”

한 키즈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엄마 김은진 씨(39)는 자신이 올린 한 영상에서 대화 도중 눈물을 흘린다. 2016년부터 자녀들의 채널을 운영해온 김 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속마음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가장 상처가 됐던 때는 언제냐”고 물었더니 8세, 6세인 두 딸은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자꾸 요구할 때”라고 답했다. 김 씨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때부터 아이들, 그리고 자신에게 유튜브 콘텐츠 제작이란 어떤 의미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전했다.

“고민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결론은 결국 아이들이 진심으로 즐기는 콘텐츠가 정말 재밌는 영상이란 걸 깨달았어요. 돌아보면 ‘이럴 때 웃어야 하는데’ ‘웃을 땐 환하게 웃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에 빠져 완벽한 영상만 만들려 했죠. 이젠 아니에요. 아이들이 기뻐하는 것, 그게 첫 번째 목표니까요.”

과연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촬영이란 어떤 것일까. 참고로 올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개인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보호지침’이란 걸 발표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제작 과정에서 출연자의 주체적인 사고를 인정하기 △출연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과한 출연 시간은 지양하기 △동의 없이 개인정보 노출을 자제하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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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키즈 채널은 기본적으로 어른들이 상황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주요 서사의 흐름이다. 아무래도 부모인 제작자의 판단이 지나치게 개입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 16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키즈 콘텐츠 채널 운영자인 이종윤 씨(43)는 “영상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업로드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회의해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며 “지난달 레고로 만든 워터파크 영상도 아이들이 ‘파도 영상효과를 넣고 싶다’고 해서 그대로 따랐다”고 전했다.

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아동의 초상권도 지켜줘야 한다. 특히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은 촬영을 지양하는 게 원칙이다. 이 씨도 비슷한 실수를 한 경험이 있다. “예전에 ‘할머니와 잠시 떨어졌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란 콘텐츠에서 아이들이 우는 모습을 담은 적 있어요. 나중에 보니 창피해하더라고요. 제 눈엔 귀여워도 아이들은 싫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삭제했습니다.”

촬영 환경과 시간도 유의해야 한다. 지침에 따르면 심야 출연(오후 10시∼오전 6시)과 휴식시간 없이 3시간 이상 출연, 1일 6시간 이상 생방송은 지양해야 한다.

약 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루루체체TV’의 운영자 송태민 씨(40)가 선택한 방법은 ‘페이크 장소 촬영’과 ‘촬영 시작 구호’였다. 송 씨는 “엘리베이터만 나와도 광고판을 보고 장소를 알아내는 시청자들이 있다. 개인정보가 노출될 것 같은 공간은 아예 촬영을 접는다”고 했다. 또 “‘하나 둘∼’이라고 외치면 유튜브 촬영을 시작하는 거라고 아이들과 합의했다”고 했다.

방통위 지침은 의무가 아닌 자율 권고 사항일 뿐이다.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권리옹호부 고우현 매니저는 “TV 육아 예능에서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 등을 일상적으로 방영하다 보니 문제라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며 “하지만 결국 제작자와 보호자들이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유튜브 키즈콘텐츠#사생활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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