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별사’ 모여 국내 최강 서평지 만든다

민동용 기자 입력 2020-12-04 03:00수정 2020-12-04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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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이달말 창간
홍성욱 서울대 교수 등 13명 참여
제작비 펀딩 2시간만에 목표 채워
“지적인 대화 불쏘시개 역할할 것”
본격 서평지 ‘서울리뷰오브북스’의 편집장인 서울대 홍성욱 교수(가운데)와 편집위원 송지우(왼쪽) 박훈 교수. 편집위원의 서평은 동료 편집위원들의 날카로운 리뷰를 거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14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The 50 Year Argument’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미국의 문화적 담론을 선도하는 서평지(書評誌) ‘뉴욕리뷰오브북스(NRB)’ 창간 50주년 기념작이다. 그는 “나를 키운 것은 상당 부분 NRB였다”고 했다.

‘한국의 NRB’를 표방하는 서평지 ‘서울리뷰오브북스(SRB)’가 이달 하순 태어난다.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철학 건축학 정치학 등을 전공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명지대 등의 교수와 전문가 13인이 편집위원이다.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편집장인 이 대학 홍성욱 생명과학부 교수(59)와 편집위원 박훈 동양사학과 교수(54), 송지우 정치외교학부 교수(40)를 만났다.

“지난해 몇몇 출판사와 접촉했는데 모두 ‘한국에서 서평지는 안 된다’고 했어요. 고민하다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책에서 ‘한국에도 NRB 같은 서평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구절을 보고 함께 마음 맞는 사람을 모아 보자고 했지요.”(홍 교수)

그렇게 50대 남성 8명과 30, 40대 여성 5명이 모여 SRB의 성격과 방향을 논의했고 올가을 창간준비호(0호) 제작에 들어갔다. 계간지 형식이며 온라인 버전도 만든다. 신간 대 구간, 학술서 대 대중서, 번역서 대 미(未)번역서 등의 비율을 6 대 4에서 8 대 2로 구성한다. 내년 창간호(1호)에는 국내 번역되지 않은 ‘오바마 회고록’ 서평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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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국내 학술 출판과 번역 수준이 높아져 자연스럽게 서평지가 등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의 ‘보고 말하는’ 시대에 ‘읽고 쓰는’ 서평의 목적은 무엇일까.

“책을 낸다는 건 자신의 아이디어로 독자에게 대화를 신청하는 거고, 서평은 ‘그래 대화 하자’고 화답하는 거라고 봐요. 책을 내는 작업이 가치 있다면 서평은 그 가치를 존중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송 교수)

박 교수는 크게 발전한 우리 사회에서 부족한 ‘지적인 대화’의 계기를 SRB로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어떤 사태나 사물에 지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가 너무 부족해요. 그 한계를 돌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SRB가 지적인 대화의 큰 불쏘시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SRB는 기존 학계의 ‘주례사 서평’을 뛰어넘어 책을 읽고, 얘기하고, 토론하기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책의 진정한 의미와 맥락을 알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따라서 가독성과 글 읽는 재미를 놓치면 존망이 위태롭다고 본다.

홍 교수는 “NRB나 ‘런던리뷰오브북스’도 어려운 과정을 겪다 사회의 지적 공동체와 같이 성장했어요. 우리도 ‘본격’ 서평지를 통해 세상과 사물과 인간을 한 겹 더 깊게 이해하고 즐기는 문화를 같이 만들어 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SRB 제작은 서울대 지원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후원자를 모아 이뤄졌다. 개시 2시간 만에 목표 후원금 300만 원이 채워졌고 이날 현재 약 3000만 원이 모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서울리뷰오브북스#창간#책 감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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