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공동체를 꽃피울 방법[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3〉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입력 2020-12-04 03:00수정 2020-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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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텃세’라는 말. 귀어(歸漁)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막막하고, 어민들은 억울하다. 필자는 어촌 곳곳을 다니며 해양문화를 조사하면서 양쪽 말을 종종 듣는다. 귀어인들의 불만은 “바다에 주인이 어디 있냐? 어촌계 장벽이 높다. 외지인에게 야박하다”로 귀결된다. 반면 어민들은 “어촌에 대한 지식 없이 와서 텃세 탓만 한다. 오랫동안 자본과 노동력을 들여서 마을어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기여도가 없는 외부인이 무작정 어촌계에 가입시켜 달라는 건 억지”라고 말한다. 양측 모두 일리 있다. 귀어인의 심정에 공감하고, 어민의 입장을 이해한다. 어촌계 문턱이 높다고 한숨을 쉬지만, 어촌계와 마을어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어촌계는 1962년 수산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설립됐다. 지선 해안의 공유어장은 어민들의 생존 배려 차원에서 배타적, 독점적 권리를 어촌계나 지구별 수협에 부여해 운영하게 했다. 마을 해안과 접한 바다는 일정한 수심 이내의 수면을 구획해 마을어업을 면허한다. 허가된 마을어업은 패류와 해조류 또는 정착성 수산동물 등을 어촌계 중심으로 공동 관리해 수익금을 공동체에 분배한다. 어촌의 공유자산이라 할 수 있다.

공유자원의 활용과 수익은 마을마다 천차만별이다. 주민 대부분이 어촌계 수익사업에 의존하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마을도 있다. 여기서 어촌계 가입이 까다로운 곳과 그렇지 않은 마을로 갈린다. 필자가 사계절을 상주하며 조사했던 강원 삼척의 갈남마을과 울산의 제전마을은 돌미역에 의존해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어촌이다. 주 연령층이 70대일 정도로 고령화됐다. 돌미역 채취 외에 별다른 수익원이 없으므로 미역바위를 관리, 채취, 건조하는 날은 가장 중요한 마을 연중행사다. 두 어촌에서 공유자원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처럼 마을어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곳은 대체로 어촌계 진입이 쉽지 않은 편이다. 자본금과 노동력을 많이 투입하거나 수익성이 높은 마을 역시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반면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된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귀어를 장려하는 마을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경남 남해군 설리마을은 2020년 ‘최우수 자율관리어업공동체’로 선정됐다. 자체적으로 자율관리어업 규약을 만들어 무분별한 포획을 금지하고, 가족체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까다로웠던 어촌계 가입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최근 4가구 12명이 귀어했다. 2017년 어촌계 수입이 180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1억4700만 원으로 급성장했다. 주민 스스로 문을 활짝 연 결과다.

필자도 노후에 바닷가에서의 삶을 상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어촌 출신이면서 해양문화 전문가지만 막상 삶의 공간을 옮길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밀려온다. 많은 도시인들이 귀어를 꿈꾸지만 실행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해 적응하는 일이 누군들 쉽겠는가. 설리마을처럼 활기찬 어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귀어인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어촌계 정관 개정으로 문턱을 낮추려는 어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유자원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필요성과 어촌계 진입장벽을 낮추라는 시대적 요구는 상반된 것이 아니다. 합일점을 찾을 수 있다. 귀어인은 어촌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어민들은 귀어인의 막막함에 공감할 때 건강한 어촌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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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어촌#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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