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돌연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올리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은 이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서운 집단이 되어버렸다”며 “전직 대통령도, 전직 총리도, 전직 장관도 가혹한 수사 활극에 희생되고 말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이 2004년 자신이 탄핵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노 전 대통령의 사진까지 페이스북에 올리며 검찰을 비판하자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 총장의 직무복귀로 궁지에 몰린 추 장관이 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친문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검찰을 비판했다. ‘카르텔’ ‘거대한 산성’ ‘수사 활극’ 등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검찰당이라 불릴 만큼 이미 정치세력화한 검찰이 민주적 통제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백척간두에서 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이를 혁파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고 한 뒤 2018년 입적한 신흥사 조실 무산 조오현 스님의 사진과 함께 강원 양양 낙산사 대웅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사진을 게시했다. 추 장관은 앞서 7월에도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뒤 휴가를 내고 절을 찾은 바 있다.
논란이 번지자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의 정권에서 당시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기획된 수사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소중한 분(노 전 대통령)을 보내야만 했다. 아직도 원통하고 애통하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즉각 김은혜 대변인의 막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추미애가 왜 노무현을 들먹이느냐” “친노 코스프레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당내 계파 중 하나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솔직히 구역질이 날 것 같다”며 “당내 친문 의원들도 추 장관을 당 대표로 만들었다는 원죄 때문에 다들 말은 못 하고 속만 끓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개인 계정이라지만 일국의 장관이 고인 사진까지 올리면서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친노는 물론이고 여권 전반적으로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정권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 중인데 자칫 내부 분열 프레임까지 더해질까 봐 다들 쉬쉬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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