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서 책 내길 잘했다는 소리 듣고 싶네요”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12-01 03:00수정 2020-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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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 역주본 낸 홍파 스님
대승불교의 정수로 꼽히는 책
2년여 작업 끝에 번역 출간
김시습 등 선지식 해설 총망라
홍파 스님은 “‘묘법연화경’ 번역 출간으로 부처님 제자 된 밥값을 제대로 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세상을 떠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부처님 제자로 살다 죽고서 20, 30년이 흘러도 이 책을 낸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낙산 묘각사에서 만난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77)의 말이다. 스님은 2년여 작업 끝에 관음종의 근본 경전이자 대승불교의 정수로 꼽히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법화경·사진)을 번역해 풀이한 책을 최근 출간했다.

홍파 스님이 묘법연화경을 번역하게 된 인연은 1963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대의 강백(講伯)으로 이름을 떨친 운허 스님(1892∼1980)을 찾아가 번역 출간을 부탁했다. 그러자 운허 스님은 사촌인 춘원 이광수(1892∼1950)와 이 경전에 얽힌 사연을 들려줬다. 춘원은 “묘법연화경은 기독교로 치면 성경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없으니 100독(讀) 뒤 번역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춘원은 8개월 만에 100번을 읽고는 번역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6·25전쟁이 터지고 납북돼 소식이 끊겼다는 것. 운허 스님이 춘원의 집에 가봤지만 원고는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동국대 역경원장에 취임한 운허 스님이 묘법연화경을 출간했다.

홍파 스님은 “당시 운허 스님은 ‘춘원의 묘법연화경이 세상에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아쉬워했다”고 회고했다. ‘불교계의 마당발’로 불리는 홍파 스님이 아니면 알 수 없었을 일화다. 홍파 스님은 운허 스님의 책이 나온 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언어 습관도 달라져 책을 새롭게 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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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한 묘법연화경은 12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신라시대 원효대사부터 조선시대 김시습에 이르기까지 선지식들이 내놓은 해설과 일본 중국의 책을 참고했다. 각 품(品)의 말미에 주석을 달았다. 그는 “원효 스님은 법화(法華)의 문을 통과해야만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며 “묘법연화경은 부처님이 마지막 시기 설법한 것으로 모든 경전의 사상과 흐름을 나침반처럼 안내한다”고 말했다. 일본 불교계와도 교류가 활발한 홍파 스님은 일본어 서문이 든 책 100권을 일본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을 묻자 홍파 스님은 “세상이 어렵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 힘을 줄 수 있다. 임금의 가마 대들보와 해인사 대적광전 대들보에도 적혀 있다”며 묘법연화경 ‘방편품’의 한 구절을 꼽았다.

“금차삼계 개시아유 기중중생 실시오자 이금차처 다제환난 유아일인 능위구호(今此三界 皆是我有 其中衆生 悉是吾子 而今此處 多諸患難 唯我一人 能爲救護)라. 지금 이 삼계(중생이 살아가는 미망의 세계)는 모두 내 소유이고 그 안의 중생은 모두 내 자식이다. 지금 곳곳은 모두 환난 중이니 나 혼자만 능히 구할 수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홍파 스님#묘법연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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