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고 불안한 마음 인정해주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0-12-01 03:00수정 2020-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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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벌레가 무서운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민우(5)는 또래보다 체구가 큰 남자아이인데, 벌레를 너무 무서워한다. 하루살이나 작은 나방이 날아다니는 것만 봐도 기겁을 하고 울면서 뛰어나온다. 부모가 아무리 위험하지 않다고, 너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괜찮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불안이나 두려움은 그 정도가 적당하다면 오히려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예측되지 않을 때, 이전에 경험해 본 적이 없을 때, 또는 예측하지 못한 채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 일단 경계를 하게 된다. 이때 느끼는 불안이나 두려움은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일종의 경고 반응이다. 이렇게 경계 상황이 발생하면 사람은 보통 위험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두 가지로 반응한다.

아이들이 거미나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벌레들은 일단 그 모양부터 썩 호감을 주지 않는다. 꾸물꾸물 기어 다니니까 왠지 자기 몸에 붙어서 스멀스멀 기어오를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설사 거미가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파리나 나방은 날아다니기 때문에 다른 벌레보다도 더 두려울 수 있다. 아이들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휙 날아들어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본능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고자 하는 기능이 발동해 두렵다고 느낀다.

이럴 때 부모가 ‘바보’나 ‘겁쟁이’라고 비웃거나 놀리지만 않으면 된다. 아이는 자라면서 책에서든 학교에서든 생물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고, 벌레들도 인간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생명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차 두려움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신경이 발달되고 이해력이 좋아지면서 벌레들의 움직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따라서 아이가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켜봐주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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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느끼는 불안이나 두려움은 어떻게 다뤄주는 것이 좋을까? 아이의 두려움과 불안을 다룰 때 별것 아니라는 식의 논리적인 설교나 강의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생각해봐. 귀신 같은 건 있을 수가 없어”라든가 “어떻게 저 작은 거미가 널 공격하겠어?” “잘 봐. 얼마나 귀엽니? 한번 만져 봐. 괜찮아. 절대로 너를 해치지 않아” 등의 말들은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없다. 이럴 때는 아이의 기분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가만히 지켜보면서 마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려 주는 것이 낫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면 과감하게 정면 돌파를 시도해 볼 수도 있기는 하다. 접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서 경험의 기회를 많이 주는 방법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심할 것은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하게 진행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다시 시도해볼 마음의 준비만 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아이의 상태를 봐가며, 그래도 아이가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단계를 아주 세분화하여 조금씩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어떻게 천천히 진행할까? 우선, 아이를 두렵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해 본다. 아이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아이에게 직접 물어본다. 다음 단계에서는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명료화한다. “넌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두려워하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게 과연 무엇일까?”라고 물어준다. 아이가 “이러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라고 두려워하는 것을 말하면 그것을 분석해서 전략을 세운다. 이때 “어떻게 하면 그것들이 좀 두렵지 않게 될까?” 하고 아이에게 물어보면서 아이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방법은 아이가 자신이 겪고 있는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극복해 내고자 하는 동기가 클 때 매우 효과적이다. 단, 아이 스스로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려면,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을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불안#두려움#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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