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물도 여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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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전유물’ 편견 깨고 여주인공 등장
드라마-영화-예능 등 여성서사 대세로

부모를 죽인 원수를 찾아 나서는 여살수(女殺手) ‘냉소월’, 무협소설 속 여주인공으로 빙의해 악인을 처단하는 ‘당해원’….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가 출시를 앞둔 작품들이다. 작품명은 각각 ‘취접냉월’(사진)과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무협지 악녀인데…)다. 취접냉월은 어렸을 때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술을 갈고닦으며 여살수로 자란 냉소월이 원수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만난 ‘백운비’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렸다. 무협지 악녀인데…에서는 무협 소설을 읽기 시작한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자신이 읽던 무협소설 속 악녀 당해원으로 빙의하고, 전설의 영약 ‘만년삼’을 삼키면서 최강 고수로 성장해 악인을 처단해나간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무협(武俠)’물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로맨스 판타지라는 것이다. 기존 무협물은 주 독자층이 남성이어서 주인공 역시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문학과 드라마, 영화, 가요는 물론 예능까지 주체적인 여성을 내세운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웹툰과 웹소설 무협물에도 여주인공이 등장하고 있다.

김선희 카카오페이지 코믹사업부 순정팀 팀장은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 단순한 남녀 간 사랑 묘사만이 아닌 여주인공의 성장을 담은 여성 서사가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며 “넷플릭스 ‘에놀라 홈즈’처럼 여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공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많듯 남성 전유물같이 여겨진 무협물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드러지는 점은 과거 여주인공이 나온 무협물들의 ‘노블코믹화’(소설과 만화 간 리메이크)다. 취접냉월은 ‘굿바이 미스터 블랙’ ‘불새의 늪’ 등을 만든 순정만화계 대모 황미나 작가의 만화가 원작이다. ‘대사형’ ‘광검유정’ ‘홍엽만리’ 등을 쓴 무협소설 여성 작가 ‘진산’이 웹소설로 리메이크를 했다. 진산은 섬세한 감정묘사와 서정적 서사로 두꺼운 팬 층을 보유한 작가다. 웹소설은 12월 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팀장은 “취접냉월은 여성 서사의 시작을 연 작품으로 볼 수 있다”며 “만화계와 무협소설계 유명 작가들이 만나는 프로젝트로, 준비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무협지 악녀인데…도 작가 윌 브라이트가 쓴 웹소설이 원작으로, 웹툰으로 리메이크돼 내년 1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유아니’가 그림을, ‘가비남’이 각색을 담당했다. 수배자 아버지 밑에서 남장을 하고 살아가던 소녀가 참수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입궁하는 과정을 그린 ‘연록흔’도 이달 말 시즌3이 공개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무협#여성시대#여성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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