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주도 ‘가덕도 선심’에 곁불 쬐겠다며 우왕좌왕하는 野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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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추진을 사실상 백지화한 후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지화 과정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진실 규명은 뒷전이고,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지역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상태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도부는 부산경남 여론을 의식해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는 야당의 가장 큰 책무다. 검증위 안에서조차 기존 논의 내용과 결론이 뒤집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면 야당은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결정 과정 전반을 따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 김해신공항에 대한 검증위 결론과 새로운 입지 선정은 별개의 문제인데도 가덕도를 밀어붙이려는 여당에 맞서 사업성은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런 노력은 하나도 없이 야당 의원들이 오히려 여당보다도 먼저 앞장서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실시 설계가 완성되기도 전에 초기 건설공사를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발의하니 한심스럽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특별법을 발의한 의원들을 질책했다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하니 지도부부터 손발이 안 맞는다.

거대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국책사업을 뒤집으려 하면 야당은 이를 철저히 따지고 당내 의견을 수렴해 당론을 정하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 이를 바탕으로 맞서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각자의 정치적 이익만 좇고 있으니 여당이 더욱 기고만장해 일방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 등 여당의 입법 폭주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하지만 과연 이런 사분오열된 모습으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력의 폭주를 막는 야당의 가장 큰 힘은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 여당 선심정책의 곁불이나 쬐려는 야당에 국민이 어떻게 신뢰를 주겠는가. 특정 지역과 지지층만 보지 말고,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국익과 원칙을 좇는 게 제1야당이 가야 할 길이다.
#가덕도#선심#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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