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트럼프 리스크’… 이라크 로켓포 테러속 “미군 감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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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아프간 감축” 발표 직후 美대사관 인근서 최소 8명 사상
친이란 무장단체 소행 가능성
“임기 막판 외교 중대결정 안돼”… 공화당서도 우려 목소리 나와

18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알자우라 공원 앞에서 보안요원이 전날 로켓포 공격으로 부서진 인도를 살펴보고 있다. 바그다드=AP 뉴시스
18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알자우라 공원 앞에서 보안요원이 전날 로켓포 공격으로 부서진 인도를 살펴보고 있다. 바그다드=AP 뉴시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해외주둔 미군 감축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1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로켓 공격이 일어나 최소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임기를 불과 9주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보로 인한 후폭풍이 중동 정세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 등은 이날 바그다드 내 정부 청사 및 각국 대사관 밀집 지역인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 공격으로 현재까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민간인 5명과 군인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총 7발의 로켓이 발사됐고 4발이 그린존 안에 떨어졌다. 특히 한 발은 미국대사관에서 불과 600m 거리에 떨어져 대사관 일부 건물이 흔들리고 직원들이 대피했다.

이날 공격은 미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중순까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각각 2500명으로 감축할 것을 명령했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이뤄졌다. 현재 아프간과 이라크에는 각각 약 4500명, 3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공격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친이란 무장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줄곧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미국과 대립해온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는 지난달 “미군이 계속 이라크에 주둔하면 더 격렬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도 불안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란 본토 핵시설 타격을 검토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철회했지만,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를 비롯해 이란에 타격을 줄 방법을 여전히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란 무장단체가 그린존을 공격할 것으로 확인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명분으로 삼아 이라크에서 이란과 대리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중동 내 미군 철수와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을 중동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아왔다. 임기 막판 이와 같은 중동 정책 기조 ‘대못 박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동에서의 갑작스러운 미군 감축으로 인해 발생한 권력 공백을 그동안 숨죽여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나 러시아, 중국 등이 채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아프간 역시 여전히 국내 정세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이 대폭 감축되면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군사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너무 이른 아프간 철군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아프간이 국제 테러범의 무대가 되거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물러난 IS가 아프간을 새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권 공화당 역시 대통령의 ‘마이 웨이’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테러 방지라는 미군 철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중대한 외교안보 결정이 특정 대통령의 임기 막판에 이뤄져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국토안보부 사이버·기반시설보안국(CISA) 국장을 해임했다. CISA 측은 최근 다른 미 정보기관과 함께 “이번 대선이 미 역대 대선 중 가장 안전한 선거였다”는 성명을 냈다.

카이로=임현석 lhs@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트럼프 대선 불복#미군 감축#그린존 공격#중동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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