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스쿨존 비극… 트럭이 일가족 덮쳐 두살 아이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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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가던 30대엄마-세자녀, 횡단보도서 대형 화물차에 치여
엄마-큰딸 중상… 셋째는 경상
5월 사고당한 어린이도 현장 목격… 주민 “신호등 설치요구 계속 외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30대 여성과 자녀 3명이 길을 건너다 화물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채널A 캡처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30대 여성과 자녀 3명이 길을 건너다 화물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채널A 캡처
광주에서 어린이보호구역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엄마와 자녀 3명이 대형트럭에 부딪혀 아이 1명이 숨지고 나머지도 크게 다치는 참변이 벌어졌다. 사고 지점은 올해 5월에도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차량 통행이 잦아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8시 40분경 북구 운암동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내 왕복 4차로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아이 셋을 데리고 가던 30대 엄마 A 씨가 8.5t 화물트럭에 부딪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A 씨는 큰딸(4)을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태우러 가던 길이었다. 둘째 딸(2)은 유모차 앞에, 생후 6개월 아들은 유모차 안에 타고 있었다.

A 씨 등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에 반대 차로에서 차들이 멈추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중간쯤에 멈춰 서 있었다. 당시 큰딸은 도로 건너편 통학차량 앞에 있던 어린이집 교사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약 40m 떨어진 다른 횡단보도에 서 있던 화물트럭이 파란불로 바뀐 뒤 속도를 내 출발하다 이들을 덮쳐 버렸다. 둘째 딸은 목숨을 잃었고 A 씨와 큰딸도 골절상과 장기 파손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셋째는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고 지점은 4300가구 아파트단지 내부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이다. 평소 길가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적지 않아 사고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평소 차량 통행이 잦은 이곳에 교통안전 시설물 추가 설치를 요구해 왔다. 북구 관계자는 “5월에 어린이 사고가 난 뒤 주민 의견을 반영해 신호등과 주·정차 단속카메라 설치를 광주시 등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참변은 5월 교통사고를 당했던 할아버지와 손자(7)도 현장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들은 올해 5월 28일 길을 건너다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몇 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다. 마침 이날은 건강을 회복한 손자가 약 5개월 만에 다시 등교하는 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너무 놀라 손자가 보지 못하도록 손으로 눈을 가리기도 했다.

경찰은 교통사고를 저지른 트럭운전사 B 씨(54)에 대해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 씨는 한 공장에서 건축자재를 싣고 사고 현장 인근 공사장으로 가던 중이었다고 한다. 운전사는 경찰 조사에서 “횡단보도 좌우를 살폈지만 트럭 차체가 높아 A 씨 등이 건너는 줄 미처 몰랐다. 출발한 뒤에야 사고 난 줄 알았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스쿨존#비극#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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