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사업 속도 붙을 듯… 대구경북 반발 목소리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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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산하 검증위 17일 결과 발표
70억 투입된 김해신공항 폐기 수순… 활주로 길이-협의부족 문제삼을듯
당초 연구용역 “김해가 가장 적합”, 가덕도는 경제성-안전 취약 지적
與중진 “선거에 정책이용 비판우려” 대구시장 “영남권 의사 다시 모아야”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사업 적정성을 재검증한 결과를 발표한다. 김해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이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요구해 온 가덕도 신공항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0년 이상 논란을 거친 끝에 최종 결론을 내고 이미 수십억 원의 세금을 투입한 국책사업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가덕도 신공항에 속도 붙을 듯

16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검증위는 법제처가 ‘안전 문제와 관련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내놓은 유권해석 결과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7개 산악지형의 절취 문제는 위원 간 협의가 안 됐다는 문구가 법제처 유권해석을 받아들이고, 신규 활주로의 착륙 길이가 3000m로 짧아져 검증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도 적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2016년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발표할 당시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함께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6년 동남권 공항으로 경남 밀양을 밀었던 대구경북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반발의 목소리가 벌써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김해신공항은 지난 10여 년간 영남권 5개 자치단체가 밀양과 가덕도로 나뉘어 갈등한 끝에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라는 세계 최고 공항전문기관의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한 신공항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경북은 가덕도 신공항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며 “신공항을 바꾼다면 영남권 5개 시도민 의사를 다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낸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절차상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연 뒤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곽상도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은 “동남권 공항으로 김해신공항을 건설할 것이라는 국토부 입장이 번복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도 표심만 바라본 결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사실상 미리 결론지어 놓은 듯한 추진 방식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차기 대선을 의식해 정부 정책을 이용한다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혈세 낭비’ 논란 될 것”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지난해 총리실이 이 문제를 재검증하기로 한 뒤로 “검증위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10년 넘는 공방과 연구조사 끝에 결론이 난 문제를 뒤집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의뢰로 19억 원 규모의 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2016년 진행한 ADPi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밀양과 가덕도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바다를 매립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들고, 남쪽 끝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태풍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26년까지 김해신공항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기본계획안 용역에만 30억 원 이상이 들었고, 사전 연구용역까지 합하면 7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김해신공항을 정치논리에 따라 백지화한다면 국책사업이 정권 따라 휘둘리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에 대한 정밀한 검토 없이 공항 건설을 결정하면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이전해서 새로 지을 대구공항에 가덕도 신공항 안까지 확정되면 한 권역에 신공항 2개가 한꺼번에 추진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안, 양양공항 등 적자 지방 공항 사례처럼 공항은 한번 지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난 사업을 정치 셈법에 따라 재추진하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김지현·최우열 기자
#김해신공항 백지화#가덕도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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