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文 청와대에 가져올 두 가지 변화[오늘과 내일/이승헌]

이승헌 정치부장 입력 2020-11-17 03:00수정 2020-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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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중심 외교와 정통 미국 정치의 부활
문 대통령에겐 아예 새로운 미국과의 상대
이승헌 정치부장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많은 게 변할 거라고들 한다. ‘ABT(Anything But Trump)’라는 표현처럼 도널드 트럼프의 4년을 다 뒤엎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자연히 동맹인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트럼프만 상대해서 바이든과 그 주변을 잘 모른다. 미국 정치를 오래 관찰한 전문가들은 예상 가능한 변화 외에 간과하기 쉬운 두 가지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우선 바이든 당선은 전문가 시대의 복귀를 뜻한다. 특히 외교 이슈와 관련해선 국무부 라인의 부활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2018년부터 3년간 김정은과 비핵화 담판을 벌이면서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다뤄 온 국무부 인사들보다는 문외한들을 중용해왔다. 그 간판 격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취임 전까지는 북핵을 다뤄본 적이 없다. 마이클 플린부터 지금의 로버트 오브라이언까지 극우 매파인 존 볼턴을 제외하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핵을 몰랐다.

국무부 입김이 세진다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북핵 프로세스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국무부의 권위는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미 대통령 부재 시 승계 순위는 부통령-하원의장-상원 임시의장 다음에 국무장관이다. 부처 장관 중 1위다. 바이든 당선 후 북핵 해법이 트럼프식 톱다운에서 보텀업으로 변할 것이라는 관측은 북핵 문제가 국무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시절 4년 동안 철저히 무시당한 국무부 관료들은 6자회담으로 한창 주가를 올릴 때보다 더 까다롭게 검증에 검증을 가할 것이다.

국무부의 부활은 우리에겐 카운터파트인 외교부의 역할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폼페이오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보다는 오히려 국가정보원장 시절의 서훈 안보실장과 거래해온 만큼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파트너의 정상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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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은 미국식 정치 문화의 복원을 뜻하기도 한다. 그 핵심은 소통과 공감, 그리고 유머다. 30년 넘게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은 이 점에서 전형적인 미국 정치인이다. 2018년 8월 존 매케인 상원의원 영결식에 참석한 바이든은 “내 이름은 조 바이든이다. 난 민주당원이다. (그런데) 나는 존 매케인을 사랑한다”는 말로 장례식장에서 눈물과 웃음을 뽑아낸 사람이다. 2017년 1월 퇴임 전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깜짝 수여받았다. 그는 감격에 연신 눈물을 훔치다가도 이 사실을 미리 귀띔하지 않은 자신의 비서실장에게 “넌 해고야”라며 트럼프의 유행어를 사용해 행사장을 뒤집어놨다.

취임 후 문 대통령의 정상 외교 상대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사실상 전부였다. 김정은은 논외로 치고, 트럼프의 트위터 명령과 블랙 유머에 익숙했던 문 대통령은 뒤늦게 오리지널 미국 정치를 새로 마주해야 한다. 임기 말에 새로운 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격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첫 통화에서 그가 좋아한다는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 구절을 인용하며 케미스트리를 시험한 건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었다.

바이든이 정상적으로 취임한다면 문 대통령과 함께할 임기가 1년 4개월 남짓. 한미 간 산적한 이슈를 생각할 때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워싱턴과의 소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
#바이든 시대#국무부 부활#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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