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 광적인 음모론으로 더 분열… 대통령은 임시직, 누구나 법아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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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인터뷰서 ‘불복’ 트럼프 비난
‘바이든 행정부에 합류’ 질문엔
“백악관 들어가는 일 없을 것이고 만약 그러면 아내가 나를 떠날 것”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권력 이양을 거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미국이 광적인 음모론으로 전보다 훨씬 더 분열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 ‘약속의 땅’ 출간을 앞두고 15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보다 훨씬 더 분열돼 있다”며 “광적인 음모론과 진실의 쇠퇴가 분열의 원인이며 정치적 이득을 위해 분열을 부채질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사회주의자라거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소아성애 조직과 연계된 악마란 음모론에 수백만 명이 반응한다. 진실이 문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거짓은 이미 지구를 한 바퀴 돈다”며 “나라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선출직이 사실에 충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홍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이번 선거에서 봤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시와 지방의 격차, 불평등 등 사회경제적 요인도 분열의 원인이라며 “분열된 나라를 바로잡는 임무는 정치인에게만 있지 않다. 사람들이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각자의 주장을 펼치기에 앞서 공통의 사실을 찾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 CBS 인터뷰에서 대통령직 또한 임시직이라며 “우리는 규칙의 위에 있지 않다. 법 위에 있지도 않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대통령의 선거불복을 거듭 비판했다.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이 대통령의 근거 없는 선거 사기 주장을 반박하지 않는 것에도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각각 7000만 표 이상을 받은 것에 대해선 “그만큼 미 사회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 합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바이든 당선인을 도울 의향이 있지만 백악관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만약 그러면 아내가 나를 떠날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변호사인 아내 미셸 여사가 자신의 정치인생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바이든 당선#트럼프 불복#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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