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로나 세 자릿수 속 민노총 집회, 너무 다른 정부 사전 대응

동아일보 입력 2020-11-14 00:00수정 2020-11-14 00: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민노총 등 진보 좌파 진영 단체들은 오늘 서울시내 61곳을 포함한 전국 13개 시도에서 전국노동자대회·전국민중대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주최 측은 전국적 참가 인원을 1만3000명이라고 신고했지만 “총 10만 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찰과 서울시는 집회 자제만 촉구했을 뿐 전날까지도 별다른 대응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보수 성향 단체들이 주도한 광복절, 개천절 집회 사전 대응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경찰과 서울시는 이 같은 차이의 이유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되면서 코로나 확산 우려가 줄었다는 점을 댔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개천절 집회를 앞둔 지난달 1, 2일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는 각각 77명과 63명이었다. 반면 어제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191명으로 200명에 육박했다. 6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하루 확진자 수가 10월 초의 배로 늘었는데도 코로나 확산 우려가 줄었다니 어떤 데이터를 보고 그런 판단을 했는지 한심할 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어제 “수도권과 강원권이 이미 거리 두기 1.5단계 격상기준에 상당히 근접한 상태”라고 밝혔는데 경찰은 그런 발표도 몰랐단 말인가.

정부는 보수단체 집회 때는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버스 500대 등을 동원해 차벽을 설치했고, 경찰 1만2000명을 동원해 철통 봉쇄했다. 3중 방어선을 만들어 집회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의 통행도 막고, 승용차를 세워 불심검문까지 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집회·시위에 일정한 제한을 가한다고 해도 공권력 사용은 최대한 절제돼야 하는 이유다. 이것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이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집회 주최세력을 좌우, 보수·진보로 갈라쳐 적용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고무줄 잣대라면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이 정권의 ‘편 가르기’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방역마저 편을 갈라서야 되겠는가. 적어도 방역만큼은 여야, 이념을 뛰어넘어야 한다.
주요기사

#민노총 집회#사전 대응#광복절 집회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