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태일 50주기, 그 정신으로 사회적 약자 권익 살펴야

동아일보 입력 2020-11-14 00:00수정 202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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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970년 청계천 평화시장의 스물두 살 재단사 전태일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지 5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전태일의 죽음은 고속성장의 산업화 과정에서 극악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던 노동자의 항거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지켜지지도 않던 근로기준법 법전은 그의 몸에 휩싸인 불길 속에서 함께 재가 되었다.

전태일의 분신이 기폭제가 되어 노동조합이 하나둘 설립되었고, 노동자의 권리를 찾으려는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의 죽음은 비단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을 싹트게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민주화와 인권의 차원에서도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되돌아보게 했다. 전태일이 남긴 수기를 고 조영래 변호사가 정리해 집필한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은 1980년대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이는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그제 그의 정신과 업적을 기려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항거를 밑거름으로 해 노동자의 권익과 지위는 꾸준히 향상됐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됐고, 법정 근로시간도 주 40시간이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민노총 등 대기업 위주 노조들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전태일의 기억은 점차 잊혀져 가고 있지만, 아직도 죽음을 불러오는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비롯해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이 적지 않다.

위험작업 근로자들은 하청과 재하청으로 인해 안전이 도외시된 채 생사의 선상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고, 산업재해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도 부지기수다.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사회안전망의 바깥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며 빈곤의 벼랑 끝에 내몰린 소외 취약계층도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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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전태일이 남긴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외침은 여전히 살아있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지키고 이들이 차별 없이 공존하는 사회를 열어가는 것이 전태일 정신을 잇는 길이다.
#전태일 50주기#노동조합#노동자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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