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에 무역 운전석 못맡겨”… 韓에 反中동참 압박 커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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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15일 RCEP 최종 서명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서명을 앞두면서 세계 경제블록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한국이 다시 끌려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추진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탈퇴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복귀를 강하게 시사해왔기 때문. 정부도 미국이 CPTPP에 다시 참여해 한국에 CPTPP 가입을 압박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가입 검토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바이든 “중국에 맞서 결집” CPTPP 복귀 시사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15일 열리는 RCEP 화상 정상회의에서 RCEP 참여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상호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강조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7월 미 외교협회(CFR)에 무역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이 아시아 지역 자유무역체제를 주도하는 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무역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미국)가 세계를 위한 (무역) 규칙을 쓰거나 중국이 이를 쓰게 될 것이다. (중국이 이를 쓰면) 우리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가 (트럼프 행정부 초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뺐을 때 바로 (중국이 무역 규칙을 쓰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중국을 운전석에 앉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으로 내 주안점은 아시아와 유럽의 친구들이 21세기 (무역) 규칙의 길을 세우고 우리와 함께 중국의 무역 기술 분야의 남용에 강하게(tough) 맞서도록 결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무역질서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 심리를 드러내면서 이에 대응하는 무역 체제 구축을 선언한 셈이다. CPTPP는 미국이 TPP 탈퇴 뒤 이름을 바꿔 발효된 협정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CPTPP 재가입 가능성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이 (CP)TPP 등에 재가입하면서 우리에게도 유사한 (가입 요구)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예전부터 (가입을) 검토해왔고 정부의 최종 입장은 국익을 생각해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CPTPP 가입 가능성에 대해 관계 회원국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 인도태평양 vs 일대일로 싸움으로 확대될 수도

청와대는 RCEP 가입과 바이든 행정부 개막을 계기로 한국이 당장 미중 갈등 속에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RCEP 서명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예정돼 있었기에 이분법적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 RCEP를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한 통상 수단으로 추진한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CPTPP에 중국 견제 성격을 강화하고 여기에 한국이 가입하면 중국이 가만있지 않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 등 동맹과 협력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회복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 분명한 만큼 경제무역 문제뿐 아니라 군사안보, 과학기술 등 미중 갈등 전 분야에서도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경제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군사패권 추구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군사안보 협력체 성격의 ‘쿼드’에 한국 등을 추가 참여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쿼드플러스’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갈등 현안에서 트럼프식 ‘일방주의’가 아니라 ‘가치 협력’을 앞세우면서 반중(反中) 연대 동참을 요구하면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때처럼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때는 일방적으로 반중 기조를 밀고 나가 유럽 동맹국들도 적극 동조하기 어려웠다. 한국은 그 뒤에 숨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쿼드, (화웨이 배제를 위한) 클린 네트워크는 실체가 모호해 한국이 참여를 유보할 수 있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를 내세우며 협의체를 구체화하면 참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최지선·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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