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코로나 백신[횡설수설/이진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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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로 유명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주가가 9일 비아그라를 먹은 듯 미국 뉴욕 증시에서 장중 15%까지 치솟았다.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한 이후다.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진행 중인 11개 제약사 가운데 가장 앞선 실적이다. 하지만 종가 기준 상승 폭은 7.69%로 쪼그라들었다. 약효가 금세 줄어든 데는 이유가 있다.

▷화이자가 6개국 4만4000명의 3상 참가자 가운데 코로나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위약(소금물) 투여자이고 나머지가 진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었다. 백신 유효성이 90%가 넘는다는 뜻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에 필요한 기준(50%)을 훌쩍 넘는다. 독감 백신의 효과는 40∼60%, 홍역 백신이 97%다. 화이자는 이르면 다음 주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하고 올해 안으로 3000만∼4000만 도스(1회 접종량)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화이자와 1억 도스의 백신을 19억5000만 달러(약 2조1728억 원)에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2회 접종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백신 가격은 39달러다. 한국 정부도 내년 하반기 집단면역에 필요한 3000만 명분의 백신 확보를 목표로 화이자 등과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경우의 얘기다.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려면 감염자를 164명까지 채워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고령자와 어린이에게도 안전하고 유효한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백신의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코로나 감염자의 항체 지속 기간이 2, 3개월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재감염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무엇보다 화이자 백신은 장기간 보관하려면 영하 75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인류는 그 온도를 유지하며 백신을 유통시켜 본 경험이 없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을 겪고 있는 유럽의 경우 1차 때보다 사망자는 적다. 그만큼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고령층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우려했지만 마스크 쓰기로 호흡기 환자가 줄면서 올해 7월까지 고령층 사망자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화이자 백신 소식에 코로나 종식을 기대한 듯 여행 항공 정유업종 주식 가격이 껑충 뛰었다. 하지만 코로나 걱정을 한 방에 날려줄 마법 같은 백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상용화되더라도 바이러스 변이엔 효력을 잃을 수 있다. 백신은 더 나은 치료법을 고민하고 위생수칙을 지키는 성실함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일 뿐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화이자#코로나19#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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