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예술과 과학의 만남… 새로운 ‘창작의 시대’를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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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 창작에 인공지능 활용… 미술에도 과학기술 접목 활기
“창의적 사고 필요한 예술… AI와 과학기술이 큰 도움”

예술에 과학을 접목해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윤철 작가가 현대미술에 다양한 과학기술을 접목해 
만드는 작품 ‘크로마’(왼쪽 사진). 데이터 시각화 아티스트인 민세희 서강대 교수가 기계가 이해하는 음악을 3차원으로 시각화한 
작품. 김윤철 작가·민세희 교수 제공
예술에 과학을 접목해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윤철 작가가 현대미술에 다양한 과학기술을 접목해 만드는 작품 ‘크로마’(왼쪽 사진). 데이터 시각화 아티스트인 민세희 서강대 교수가 기계가 이해하는 음악을 3차원으로 시각화한 작품. 김윤철 작가·민세희 교수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은 올 6월 인공지능(AI)이 만든 안무로 ‘비욘드 블랙’ 공연을 열었어요. AI가 불러온 미지의 세계 ‘블랙’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지요.

온라인으로 상영된 이 공연에서 선보인 안무는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의 김근형 공학자가 개발한 AI인 ‘마디(MADI)’의 작품이에요. 마디는 춤, 음악처럼 시간에 따라 변하는 데이터를 학습해요. 여기에 어떤 자세 다음에 어떤 동작이 올지 여러 경우의 수를 학습하는 모델을 결합했지요. 이를 통해 마디가 인간의 동작을 유연하게 학습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마디는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 8명이 각각 크로마키에서 춘 256분 분량의 자유 안무 녹화 영상을 학습했어요. 이때 무용수의 동작을 4가지로 나눠 인식했지요. 부드럽거나 강한지, 빠르거나 느린지를 구분해 무용수의 동작을 학습한 마디는 10분짜리 안무를 100여 개 만들었어요. 신창호 안무가가 그중 8개를 추리고 수정해 공연에 선보였습니다.

AI가 만든 춤은 어떤 모습일까요? 신 안무가는 “처음에 무용수들은 동작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움직이는 뻣뻣한 로봇 춤을 예상했지만 마디의 춤은 움직임이 굉장히 부드러웠다”고 전했어요. 이어 “현대무용에 AI를 접목해 작품을 선보인 건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현대미술과 과학의 만남

올 7월 11일 기자는 과학 실험실을 연상케 하는 김윤철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어요. 현대미술에 과학기술을 더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김 작가의 작업은 과학자라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특별했어요. 최신작 ‘크로마’는 실타래를 꼬아놓은 모습의 작품이에요. 15m짜리 매듭을 여러 마디로 나눠 그 안에 빛나는 셀을 배치한 뒤 양 끝을 이어 붙였어요. 셀은 동력 장치와 연결돼 압력에 의해 형태가 바뀌고 그에 따라 빛을 냈지요.

‘매듭 이론’에 매료된 김 작가는 수학 원리를 바탕으로 두세 달간 크로마의 구조를 만들었어요. 예술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지요.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매듭을 마디별로 나눠야 했는데, 이때 몇 개의 마디로 나눌지 컴퓨터를 통해 수학적으로 계산했어요. 마디 수가 적으면 곡선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나고, 잘게 쪼개면 구조물이 너무 촘촘해 셀이 들어가기 어려워 최적의 조건을 알아야 했거든요.

또 재료공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 논문을 읽으며 크로마의 132개 마디 속 셀을 구성할 재료들을 고민했어요. 화학 실험처럼 비커에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가며 물질의 성질을 관찰하고, 재료의 복원력과 탄성력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계들로 실험했어요. 재료 실험과 연구에 반년, 실제 작품 제작에 세 달가량 걸리니까 작품 하나에 꼬박 1년의 공이 필요했어요.

김 작가는 “대개 과학과 예술은 별개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고 각각 연구 결과와 예술 작품이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하지만 과학과 예술 사이에는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했답니다.

○데이터에 예술을 더하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사용하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만들어내요. 이렇게 만들어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빅데이터라고 하지요. 빅데이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파편화된 자료여서, 데이터가 어떻게 존재하고 어떤 형태를 이루는지 파악하는 일은 매우 어려워요. 데이터를 단번에 이해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지요. 무질서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보고, 그 안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기 위해 시각화하는 예술 작업을 ‘데이터 시각화’라고 해요.

데이터 시각화 아티스트인 민세희 서강대 교수는 “데이터 시각화를 할 때 최대한 의도를 배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어요.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바꾸되, 해석은 보는 사람에게 맡기지요. 그래서 데이터 시각화 작업물은 보는 사람이 배경지식과 경험, 관점 등에 따라 다르게 이해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예술 작업이 늘고 있어요. 민 교수는 “AI가 우리가 만들어낸 데이터를 학습해서 시각화하면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 교수는 2017년 음악을 AI로 분석해 시각화해 보았어요. ‘기계가 이해하는 음악’과 ‘인간이 이해하는 음악’의 차이를 봤지요. 오디오 파일을 진동수, 진폭 등 소리의 특성으로 구분해서 나누어 자른 뒤 비슷한 정도에 따라 AI가 재배열한 자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었어요. 인간은 음악을 듣고 즐기며 느낌에 따라 생각을 만들어내지만, 기계는 같은 음악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분석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보여준 작업이었습니다.

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an@donga.com
#예술#과학#창작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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