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檢, 文대통령 임기 후반부 노려 의도적 공격”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전수사 충돌]與지도부 일제히 檢 성토


“일부 정치 검사의 이런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치군인의 정치 개입에 준하는 수준이다.”(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

민주당 지도부는 6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에 대한 성토를 여과 없이 쏟아냈다. 여권은 검찰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사실상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는 원전 수사를 “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부를 노린 검찰의 의도된 공격”이라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법리적 충돌 수준을 넘어 이제는 여권 전체와 윤 총장의 대결 국면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 “검찰이 대통령 에너지 정책까지 겨누나” 격앙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례 없이 강경한 표현을 동원하며 검찰을 성토했다. 이 대표는 “(월성 1호기) 문제를 감사했던 감사원은 수사 의뢰도 하지 않았는데 야당이 고발한 정치공세형 사건에 검찰이 대대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이것은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검찰은 위험하고도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춰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김태년 원내대표는 아예 검찰의 국정 개입이라고 했다. “검찰의 국정 개입 수사 행태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며 “유감이라고 말했지만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고 했다. 윤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한 것을 비꼰 것이다.

여권이 격분한 건 이 대표의 표현대로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문재인 정부의 중요 정책이기 때문. 민주당 관계자는 “윤 총장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더니 이제는 정권의 핵심 정책을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이가 없다. 검찰이 왜 정치를 하나 모르겠다. 탈(脫)원전 정책을 흔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공수처 등 검찰개혁 드라이브 더 가속화할 듯

여권은 검찰에 대한 분노와 별도로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날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까지 겨냥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전날(5일) 검찰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채 사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으로 일하며 탈원전 정책을 총괄했다. 당시 채 사장의 상급자는 홍장표 전 경제수석,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었다. 모두 문재인 정부 정책 라인의 핵심 인사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선 윤 총장을 경질하는 수밖에 없는데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경질할 경우 윤 총장을 정권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윤 총장의 정치적 무게감을 더 키워줄 수 있다는 점이 여권의 고민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집권 전부터 임기 말이 되면 검찰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치고 나올 줄은 몰랐다”며 “검찰개혁이 남은 문 대통령 임기의 최대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여권은 검찰을 견제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더욱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 중이지만, 야당이 비토권을 명분으로 지연시킬 경우 얼마든지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검찰총장#원전 수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