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댓글 조작 공모’ 2심도 유죄, 김경수 지사 사퇴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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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어제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유죄 판단을 내리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는 사실은 여러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면서 김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 관계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정했다.

김 지사 측은 항소심에서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 당일 닭갈비를 시켜먹은 영수증 등 새로운 증거자료를 내놓고 시연 참관을 완강하게 부인하며 반박했다. 그 바람에 새 증인이 출석하고 특검 측과 공방이 오가는 바람에 항소심 재판은 1년 8개월이나 걸렸다. 하지만 시연 참관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는 텔레그램 비밀 대화, 시그널 메신저 채팅 대화,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법률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 따지는 법률심이다.

김 지사는 수많은 증거로 뒷받침된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혐의를 부인만 할 게 아니라 늦었지만 국민에게 사죄하고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김 지사는 사건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핵심이자 문 후보의 최측근 인사였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동원해 포털사이트에 오른 기사 댓글들에 9971만 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한 행위에 김 지사가 관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문 대통령이든 당시 문 후보 캠프를 대표하는 누구든 상대 후보들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더구나 2012년 대선 때 국가정보원이 댓글 조작을 했다가 단죄를 받은 상황이었는데도, 댓글 조작에 대선후보 캠프의 핵심 인사가 관여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김 지사가 2018년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을 그해 지방선거와 연관짓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지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대선 때의 댓글 조작에 대한 뒷거래였음은 재판부도 부정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판결 직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했지만, 애초에 드루킹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고발했던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였을 때의 민주당이다. 민주당 소속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공백이 생긴 데다 김 지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아 지방행정에 큰 차질을 불러온 점을 깊이 반성하는 것이 공당이자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대선 댓글 조작 공모#김경수 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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