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날듯 장거리포” “호랑이 덤벼들듯 덩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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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20세 205cm 센터 이원석-이두원

고교 무대를 평정한 뒤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를 선택한 이원석(왼쪽)과 이두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대학 첫해의 대결은 무산됐지만 둘은 내년에는 꼭 멋진 승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신촌 연세대체육관에서 만난 두 선수가 서로 팔을 뻗어 농구공을 잡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고교 무대를 평정한 뒤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를 선택한 이원석(왼쪽)과 이두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대학 첫해의 대결은 무산됐지만 둘은 내년에는 꼭 멋진 승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신촌 연세대체육관에서 만난 두 선수가 서로 팔을 뻗어 농구공을 잡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원석이가 저를 따돌리고 3점슛을 넣을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오죠.”(이두원)

“두원이가 눈앞에서 덩크슛을 하는데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이원석)

농구대잔치 열기가 뜨거웠던 1990년대의 농구팬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휘문고 1년 선후배 사이인 당시 연세대 서장훈(46)과 고려대 현주엽(45)의 라이벌 대결을. 그땐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코트를 뜨겁게 달군 옛 추억을 소환하는 대학농구 유망주 맞수가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 이두원(20)과 연세대 이원석(20)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고교 최대어로 꼽혔던 둘은 각각 고려대와 연세대를 택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지만 코트에서는 같은 센터 포지션으로 치열한 몸싸움을 해야 하는 사이다.

205cm가량 되는 키도 비슷한 둘은 고교 때 등번호도 23번으로 똑같았다. 이두원은 “23번을 달고 뛰는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를 좋아해서”, 이원석은 “프로 선수였던 아버지(이창수 전 경희대 코치)가 현역 시절 22번을 달았는데 더 잘하자는 의미로 ‘1’을 보태서” 23번을 달았다.

휘문고를 나온 이두원과 경복고 출신의 이원석은 지난해 평균 20점에 육박하는 득점력과 평균 10개를 넘는 리바운드 능력을 선보이며 고교 무대 골밑을 평정했다.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하는 이두원이 힘으로 골밑을 평정하는 스타일이라면 다소 마른 체형의 이원석은 내외곽에서 여러 공격 옵션을 가진 ‘스트레치형 빅맨’이다.

둘은 대학생으로서의 맞대결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학 리그가 미뤄지고 두 학교의 정기전까지 취소돼 아직까지도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올해 성인 농구를 접하고 느낀 게 많다. “고교 때 40분 뛰는 것과 대학에서 연습 경기라도 20분 뛰는 건 차원이 다르더라”며 혀를 내두른 이두원은 “내 운동 능력만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희정 감독(고려대)님이 ‘올해 동계 훈련 때는 죽을 준비를 하라’고 하셨는데 달라진 농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원석도 이에 맞장구를 치며 “정말 몸 관리는 41세까지 뛴 아버지처럼 해야겠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은희석 감독(연세대)님을 믿고 따라 가겠다”고 말했다.

이두원이 보는 이원석의 장점은 슈팅 능력이다. 이두원은 “역시 슛이 돼야 프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원석이를 막을 때 내가 발이 느려 고전했는데 이제는 제대로 막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석은 이두원의 힘을 부러워했다. 이원석은 “두원이와 힘으로 맞서는 것은 버겁다”면서도 “최준용, 안영준 선배처럼 골밑과 외곽을 빠르게 넘나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4일 대학리그가 뒤늦게 개막하지만 둘의 제대로 된 승부는 내년에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두원이 어깨 부상 재활로 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두원이 “내년에 만나면 원석이 위로 점프해 다시 한번 덩크슛을 하고 싶다”고 하자 이원석은 “네 덩크슛이 부럽지만 하려면 해라. 득점은 덩크슛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대선배인 서장훈과 현주엽이 코트에서 벌였던 몸싸움과 자존심 대결에 대해 둘은 “보긴 봤다”고 입을 모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과거의 영상을 찾아냈다.

“두 분 그 시절을 자주 보면서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농구#이원석#이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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