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항? 아빠 변진섭보다 유명한 선수 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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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아티스틱 수영 남자 선수 1호 변재준

국내 아티스틱 수영 남자 1호 선수 변재준(동광고)이 6일 경기 성남 아쿠아라인에서 혼성듀엣을 이루고 있는 고교 동기 김지혜와 호흡을 맞추며 훈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상적인 시즌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도 7, 9월 치러진 ‘비대면 국제대회’에서 변재준은 2회 연속 2위를 차지하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내 아티스틱 수영 남자 1호 선수 변재준(동광고)이 6일 경기 성남 아쿠아라인에서 혼성듀엣을 이루고 있는 고교 동기 김지혜와 호흡을 맞추며 훈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상적인 시즌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도 7, 9월 치러진 ‘비대면 국제대회’에서 변재준은 2회 연속 2위를 차지하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언젠가 올림픽 정식종목도 될 거예요. 그날만 상상하면 즐거워요(웃음).”

과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영)이라고 불린 아티스틱 수영은 ‘금남(禁男)’의 종목이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지만 2015년 카잔 세계수영선수권에서 혼성듀엣이 정식종목이 채택되기 전까지 남자 선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난해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아티스틱 수영에서 해외 남자 선수들이 선보인 역동적인 모습은 국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불모지였던 한국 아티스틱 수영에 기대주가 등장했다. 금남의 벽이 깨진 2015년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아티스틱 수영에 입문해 하루하루 기량을 키워가고 있는 변재준(17·동광고2)이다. 주니어 시절인 2018년 국제수영연맹(FINA) 캐나다오픈 월드시리즈 혼성듀엣 1위를 차지한 변재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대회’가 치러지는 올해도 2개 대회(7, 9월)에서 세계 2위에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7월 대회는 물 밖에서 선수 개인의 동작 위주로, 9월 대회는 물속에서 남녀 듀엣의 호흡 위주로 평가했다. 6일 경기 성남의 다목적 풀장인 아쿠아라인에서 만난 변재준은 “전 세계 선수들과 겨뤄 좋은 성적이 나오니 자신감이 커지고 동기부여도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987년 데뷔 앨범으로 국내 최초로 밀리언셀러에 오른 아버지 변진섭(사진 왼쪽)과 국내 최초의 아티스틱 수영 남자 선수가 된 아들 변재준. 변재준 제공
1987년 데뷔 앨범으로 국내 최초로 밀리언셀러에 오른 아버지 변진섭(사진 왼쪽)과 국내 최초의 아티스틱 수영 남자 선수가 된 아들 변재준. 변재준 제공
변재준에게 아티스틱 수영은 딱 맞는 옷 같다. 어머니는 1993년 뒤셀도르프(독일)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아티스틱 수영에 최초로 국제대회 금메달(솔로, 팀)을 안긴 이주영 스타싱크로클럽 감독(42)이다. 아버지는 발라드의 황제로 불린 인기 가수 변진섭(54). 부모로부터 운동능력과 리듬감각 등을 골고루 물려받은 그는 여러 동작을 섬세하고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174cm)에 비해 긴 팔다리도 연기력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여전히 남자에게 문호가 개방돼 있지 않아 ‘남자 1호’ 아티스틱 수영 선수가 겪어야 할 고충은 만만찮다. 평소 짝을 이룬 여자 선수가 국가대표 차출로 떠나면 파트너를 새로 찾아야 한다. ‘아티스틱 수영 특기생’으로 진학할 수 있는 국내 대학도 없다. 그래서 아티스틱 수영과 비슷한 현대무용 특기생으로 대학 입학을 하기 위해 별도의 입시 준비도 하고 있다. 두 일정이 겹치는 날에는 하루 연습 시간만 7시간이 넘어간다. 체력적으로 힘들 만도 하지만 그는 “‘1호’라는 걸 주변에서 기특하게 봐준다. 함께 훈련하는 여자 동기들도 언제든 나와 듀엣을 이루게끔 자기 안무 외에도 내 안무를 익혀준다. 잘 해보라고 주변에서 이렇게 도와주는데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고 의젓하게 말한다.

변재준에게 ‘희망사항’을 물었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로 시작되는 아버지의 히트곡 제목이기도 한 질문에 그는 “아티스틱 수영 선수로 아빠보다 더 유명해지는 것”이라며 씩 웃었다. 국내 1세대 발라드 가수로 1987년 가요계에 데뷔한 변진섭은 1집 앨범으로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에 오른 뒤 1990년대를 주름잡은 슈퍼스타다.

변재준에게는 아직 ‘변진섭 아들’이란 수식어가 더 익숙하다. 변재준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선한 표정으로 눈웃음을 짓다가도 훈련을 위해 풀에 뛰어들면 무대를 씹어 먹을 듯 강한 눈빛을 쏘아대며 완벽한 연기를 위해 같은 동작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물속에서 새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그런 열정을 보면 언젠가 변진섭이 ‘재준이 아빠’로 불릴 날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아티스틱 수영
수영과 춤, 체조 등이 혼합된 종목으로 수중발레라고도 불린다. 과거 정식 명칭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영)이었지만 2017년 국제수영연맹(FINA)이 예술적인 의미를 더해 아티스틱 수영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솔로(1명), 듀엣(2명), 팀(4∼8명) 등으로 나뉘며 기술 점수, 예술 점수, 난이도 수행 여부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선수들은 수심 3m의 수영장에서 연기하는데, 바닥에 발이 닿으면 감점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여자 듀엣, 여자 팀 등 2종목이 치러진다.

○ 변재준은…
△생년월일: 2003년 6월 28일
△키, 몸무게: 174cm, 65kg
△가족: 가수 변진섭(54), 이주영 전 아티스틱 수영 국가대표(42) 부부의 2남 중 막내
△출신교: 언남초-동광중-동광고(2학년)
△주요 성적: FINA 캐나다오픈 월드시리즈 혼성듀엣 1위(2018년), 슈퍼믹스크라운 세계대회 15∼20세부 2위(2020년)

성남=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아티스틱#수영#남자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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