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수혁 막으려면 주미대사는 청문회 거쳐야[오늘과 내일/이승헌]

이승헌 정치부장 입력 2020-10-20 03:00수정 2020-10-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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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들어 계속된 주미대사 둘러싼 잡음
국회 인사청문회로 기본 자질부터 검증해야
이승헌 정치부장
은퇴했어도 현직 당시 직책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직업이 장군(해군은 제독)과 대사다. 예비역 장군이 아니라 장군(General), 전직 대사가 아닌 대사(Ambassador)로 불린다. 미국 등 국제무대에서 특히 그렇다. 왜 그럴까. 어느 직업군보다 분명한 역할 때문일 것이다. 군인은 총칼로 나라를 지키고, 대사는 펜과 입으로 국가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만큼 평생 명예로운 호칭을 사용토록 허락하는 것이다.

우리도 장군, 대사의 호칭에 대해서는 이런 관례를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대사를 놓고서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우리는 대사를 표기할 때 어느 나라에 머문다는 뜻으로 주(駐) 자를 사용한다. 하지만 미국은 주한 대사를 ‘United States Ambassador to South Korea’라고 쓴다. ‘어느 나라에 보낸다’는 의미가 강하다. 대통령의 구상을 파견 국가에 제대로 전하고 국익을 실현하라는 메시지가 명칭 자체에 담겨 있다.

미국은 대사로 지명되면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주요국은 물론이고 이름도 잘 모르는 약소국에 보내는 대사도 예외 없다. 주한 미대사는 더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편이다. 현직인 해리 해리스 대사를 비롯해 마크 리퍼트, 성 김 대사 모두 상원에서 한미동맹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를 놓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날카로운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국민들은 이를 통해 대사의 자질을 짐작한다.

우리가 인사청문 절차가 없었다고 해서 주요국 대사, 특히 대미외교의 첨병인 주미 대사가 다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한덕수 전 주미 대사는 국무총리까지 지내고 주미 대사로 갔다. 공무원 시절에도 잘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오면 양복 안 수첩에 적어가며 익힌 영어로 미국인들을 상대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 중 가장 오래 워싱턴을 지킨 안호영 전 주미 대사는 고전 미드 ‘매시’ 등으로 익힌 유려한 영어를 무기로 서울과 워싱턴을 무난히 이었다. 어느 대사는 상원의원 보좌관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관심도 없던 미식축구 선수 이름을 외우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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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미 대사 자리를 놓고 유독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제 참모인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를 첫 주미 대사로 골랐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그는 사실 한국은행 총재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0월 그가 물러나자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한미동맹)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한 이수혁 대사가 뒤를 이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유력했는데 미국의 반발이 너무 심해 고른 게 이 대사였다고 한다.

필자가 특파원 시절 지켜본 워싱턴 외교가는 전쟁터였다. 주미 대사는 말이 외교관이지 양복 입은 군인이다. 방심하면 사방에서 역정보와 음해라는 총알이 빗발친다. 이 대사의 발언에 이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참사’로 끝나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변해야겠지만 우리도 변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미 대사부터 직에 맞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주미 대사를 다른 주요국 대사와 함께 국회 인사청문 대상으로 포함하는 게 지금으로선 현실적인 검증 장치가 될 수 있다. 합참의장 국세청장 등도 청문 대상이니 여야가 의지만 있으면 국회법을 고칠 수 있다. 최소한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대사로 보내려는지는 국민이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
#이수혁 주미대사#문재인 대통령#한미동맹#한미 안보협의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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