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실검증으로 시간 벌어주고… 前 靑행정관은 ‘구원등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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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로비 의혹]옵티머스 기사회생 과정 보니

간판 사라진 옵티머스 사무실 서울중앙지검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관련 각종 단서를 확인하고도 4개월간 
수사에 나서지 않다가 뒤늦게 수사팀을 확대한 가운데,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에 있던 간판이 떼어져 벽면이 비어 
있다(위 사진). 3일 전인 12일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옵티머스 간판(점선 안)이 붙어 있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뉴시스
간판 사라진 옵티머스 사무실 서울중앙지검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관련 각종 단서를 확인하고도 4개월간 수사에 나서지 않다가 뒤늦게 수사팀을 확대한 가운데,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에 있던 간판이 떼어져 벽면이 비어 있다(위 사진). 3일 전인 12일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옵티머스 간판(점선 안)이 붙어 있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뉴시스
자본금 부족으로 퇴출 위기에 처했던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기사회생해 대규모 펀드 사태를 유발할 수 있었던 건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36) 등의 자금 수혈과 금융감독원의 부실 심사 때문이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에 합류한 배경과 금감원이 사기성 회생계획안을 그대로 인정해 준 배경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 풀어야 할 대목이다.

15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이 전 행정관과 남편 윤모 변호사(43·수감 중)는 옵티머스가 2017년 11월 금융당국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서상 투자 유치가 힘들어지자 이듬해 초 갑자기 등장했다. 계획서에서 2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A사는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경영 상태가 악화된 상황이었고 2017년 11월 채권자의 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었다. 결국 A사로부터의 20억 원 투자 유치는 무산됐다. 더욱이 19억 원을 넣겠다고 약속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옵티머스 고문) 역시 6억5000만 원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옵티머스를 구한 건 이 전 행정관과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모 씨(수감 중)였다. 윤 변호사가 2018년 3월 옵티머스 이사로 합류하면서 이 전 행정관과 이 씨는 각각 5억 원을 투입해 적기시정조치 위기를 벗어나게 해준 것이다.

금융권에선 옵티머스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지금의 모습을 이때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주주가 된 직후인 2018년 6월 옵티머스 펀드에 30억 원을 투자한 농어촌공사의 비상임이사를 맡았고, 지난해 3월에는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했다는 의혹을 받는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를 맡았다. 옵티머스 내부자로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온 셈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에 채용될 때 지원서에 규정된 기재사항 9개 항목 중 5개 항목을 비워둔 채 기본 인적 사항과 경력만 써냈지만 임명됐다”고 했다.

이 전 행정관과 함께 옵티머스 지분을 취득한 이 씨의 회사는 옵티머스가 판 46개 펀드 5234억 원 중 5109억 원을 빨아들인 빨대 역할을 했다. 이 돈은 이 씨가 대표로 있는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대부디케이 등으로 흘러들어갔다.

결국 금감원이 옵티머스가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서에 대한 부실 검증으로 윤 변호사, 이 전 행정관, 2대 주주 이 씨, 양 전 행장 등이 옵티머스에 참여하면서 지금의 옵티머스 주주 구성이 완성됐다. 옵티머스 경영정상화 계획을 검토했던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겠다는 확약서를 보고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상정한 것”이라고 했다. 투자회사 검증 여부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와 검찰은 이 전 행정관과 윤 변호사의 범죄 행위 연루 의혹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야당은 23일 정무위 종합국감에서 이 전 행정관을 증인으로 채택하며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을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은희 의원은 “금감원이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한 번이라도 꼼꼼하게 봤다면 옵티머스를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 중심에 청와대 이 전 행정관이 등장한 것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이모 스킨앤스킨 회장(53)과 이 회장의 동생인 이모 스킨앤스킨 이사(51)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회장 등은 스킨앤스킨 이사회에서 이피플러스라는 업체에 마스크 사업 선급금 150억 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피플러스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로 윤 변호사가 지분 100%를 가진 업체다. 이피플러스에 지급된 150억 원은 김 대표 등이 관리하는 여러 회사 계좌로 이체돼 옵티머스 펀드 상환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위은지·장윤정 기자

#옵티머스#로비#의혹#금융감독원#부실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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