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지난달 최후진술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단시간에 끝났고 인명 피해도 없었으니 해프닝에 불과하단 취지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도, 상식과도 거리가 멀다. 쿠데타는 원래 몇 시간 안에 핵심 권력기관을 장악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쿠데타 전문가인 클레이턴 타인 미국 켄터키대 교수는 “쿠데타는 몇 시간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고 며칠 이상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특히 중간에 실패한 쿠데타는 더 짧다.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역시 2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영국 가디언지는 당시 “그는 두 시간 동안만 독재자였다”고 썼다.
더욱이 재판 과정에선 윤 전 대통령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며,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결국 해프닝도, 경고성 계엄도 아니었다는 점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1심 선고에서 중형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헌정사상 첫 ‘위로부터의 내란’
두 번째로 12·3 비상계엄은 헌정사상 첫 ‘위로부터의 내란’이었다. 과거 5·16군사정변 때는 박정희 당시 제2군 부사령관이, 12·12쿠데타 때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정권 탈취를 위해 무력을 동원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자 국가 원수로서, 국가 시스템의 정점에서 정적 제거를 위해 군경을 움직였다.
선출된 권력의 친위 쿠데타는 성공 확률이 높고, 헌정 질서를 내부에서 붕괴시킨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더 치명적이다. 그런 만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게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형을 선고한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위로부터의 내란이 가진 위험성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세 번째로 달라진 시대적 상황 역시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한 전 총리에게 내려진 형이 특검 구형(15년형)보다 높고, 1996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선고받은 22년 6개월형보다 무겁다며 형평성을 문제 삼는다. 노 전 대통령이 가담했던 12·12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에선 사망자와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12·3 비상계엄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와 노 전 대통령의 가담 정도가 달랐다고도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번 계엄은 쿠데타가 낯설지 않았던 군사독재 시절로부터 반세기 가까이 지나 발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749달러에 불과했던 시절과 그 20배가 넘는 3만6745달러인 지금은 내란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충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현직 판사는 “시대에 따라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며 “뇌물죄나 성범죄가 과거보다 엄하게 처벌되는 것도 이 때문이고 내란죄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이룬 경제적 성취와 민주적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모한 시도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예방적 관점에서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끝까지 반성도, 자성도 없어
마지막으로 재판 과정에서 반성과 자성이 없었다는 점도 형을 가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조차 최후진술에서 고개를 숙이며 “감옥이든 죽음이든 달게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국무위원 탓, 사령관 탓, 국회 탓으로 일관했다. 여전히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식이다. 이런 전직 대통령을 국민 다수가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재판부가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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