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 한국 체류의 장벽[벗드갈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필자의 주변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있다. 특히 몽골 출신 지인들과는 자연스럽게 여러 이슈로 자주 만나게 된다. 이들은 한국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한국에 머문 지 17년이 되는 필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한국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체류하며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는 아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 노력한다. 다양한 외국인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삶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직접 겪지 못했던 여러 사정과 현실을 접하게 된다. 그러한 이야기 속에 담긴 외국인들의 고민과 한국 사회가 함께 생각해 볼 지점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몽골인에게 한국은 매우 친근한 나라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오래전부터 익숙해졌고, 최근 몇 년 새 한국 대기업들이 몽골에 대거 진출하면서 한국 물건과 서비스가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때로는 몽골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만큼 한국형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외모나 생활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배경 속에서 몽골의 젊은 세대는 자연스럽게 한국 유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가족이나 지인 가운데 한 명쯤은 이미 한국에 체류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한국은 이미지가 좋고, 유럽이나 미주권에 비해 거리상 가깝다. 일본의 외국인 출입국 규정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경직돼 있고 생활하기 수월하다는 평가도 많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유학 국가로 인식된다.

반면 20대 중후반에서 30대에 접어든 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더 현실적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지다. 몽골에서의 생활이 경제적으로 버겁거나 자신의 직업과 기술을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한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역시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한국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지방이나 소규모 대학에 진학한 뒤 학업과 생계를 병행할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 결과 체류기간 연장이나 체류자격 변경 과정에서 큰 장벽을 체감하게 된다.

세 번째 유형은 한국에서 장기 체류에 성공한 결혼이민 여성이나 거주비자·영주권 소지자들이다. 이들 가운데 특히 결혼이민 여성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친정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문제다. 한국인과 결혼해 자녀까지 뒀지만 친정 부모가 과거 단순 불법 체류 이력이 있거나 단기 방문비자 신청 과정에서 경제적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과거의 불법 체류는 분명한 위법 행위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고, 당사자의 자녀가 한국 국적을 취득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유연한 시각에서 검토할 여지는 없을까. 자녀의 입장에서 조부모가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한국에 올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될 경우, 이는 외국인 부모를 둔 아이의 자존감과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지인들 사이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불만과 목소리를 사회에 전할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이 많다.

끝으로 두 가지를 짚고 싶다. 첫째, 외국인이 가족 동반을 위해 재정 요건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재외공관과 국내 기준이 서로 다르게 안내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신청자에게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준다. 둘째, 외국인이 외국인 등록 후 6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출국하지 않아야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단기간 출국이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 있음에도, 이런 규정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필자는 한국에서 17년째 생활하며 이민법과 제도가 점차 강화되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이와 동시에 인구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많은 대학들이 한국 사회와 언어에 대한 교육보다 유학생 수 증가에만 집중하는 듯한 모습은 안타깝다. 이는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이민자들의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작은 규정 하나를 만들더라도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체류#몽골인#한국 유학#다문화가정#결혼이민#체류자격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