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내 입지 흔들리면 핵무기로 한국 침공 나설 가능성”[파워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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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군사안보 전문가 브루스 베넷 美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北보유 핵무기 최대 120개 추정… 300개 이상 생산해 패권국 노려
핵을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한
김정은, 비핵화 응하지 않을 것

미국의 대표적인 북핵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된 후 한반도의 핵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방한했을 때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미국의 대표적인 북핵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된 후 한반도의 핵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방한했을 때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된 후 한반도의 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입지가 흔들린다고 판단하면 체제 결속을 위해 한국 침공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군사안보 전문가로 꼽히는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68)이 동아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11일까지 여러 차례 이뤄진 질문과 답변을 통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많게는 120개까지 보는 견해도 있다”며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은 당연히 핵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동맹들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면 미국이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300개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해 중국과도 맞설 수 있는 패권국을 노리는 듯하다. 북한의 군사 우위를 막기 위한 한미 동맹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랜드연구소는 1000여 명의 박사 학위 인력을 보유한 국방안보 분야의 유력 싱크탱크다. 베넷 연구원은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에 대한 다수의 보고서를 발표했고 미 국방부, 주한·주일미군, 한국 국회 등과 공동 연구를 수행해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10일 북한 열병식을 본 소감은…. 한밤중이어서 무기 식별이 어렵지 않았나.

“올겨울 국민을 굶주림에 몰아넣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북한이 새로운 군사장비 도입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 같다. 반면 한국은 군사력을 줄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미 연합군의 전방 방어가 더 취약해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

새로 공개된 미사일은 모조품일 수도 있지만 이동식발사차량(TEL)은 실제 차량인 듯했다. 야간 열병식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실수 및 실패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전지전능한 신으로 추앙받는 김 위원장은 실제로는 대중 앞에서 실패하는 것을 무척 두려워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어디까지 왔나.

“북한이 1년에 5, 6개의 핵무기를 제조한다고 가정하면 지금 핵무기는 최소 30∼40개로 짐작할 수 있다. 이것도 상당히 많지만 미 정보기관과 다른 전문가들은 더 큰 숫자를 제시한다. 일부는 최대 120개를 예상한다. 2010년 북한 영변 핵단지를 방문한 미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40∼75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밥 우드워드는 신간 ‘격노’에서 작계 5027을 근거로 “북한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으로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고 썼다. 어떻게 보나.

“내가 아는 한 작계 5027은 북한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북핵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 원칙이 ‘등가(等價) 보복’임은 말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 5개로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 역시 비슷한 수의 핵으로 반격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언제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미국이 등가 보복을 하려면 항상 더 많은 북한 내 목표를 정해 놓고 있어야 한다.”

―미국도 북한에 대한 핵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인가.

“미국은 2018년 ‘핵태세 검토보고서’에서 ‘우리는 미국이나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는 북한 체제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규정했다.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려면 수뇌부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들은 아마 핵무기를 쏜 뒤에 지하벙커에 은신할 것이다. 이 벙커를 파괴하려면 일반 무기로는 안 되고 반드시 핵을 사용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 공격을 막아달라면서 미국에 ‘핵우산’을 요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핵 공격에 대비해 일정 수량의 핵무기를 준비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감지했고 이것이 미 본토에 긴급한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을까.

“만약 북한에 핵무기가 5∼10개만 있다면 미국은 한국 정부와 상의할 여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가 100∼200개에 이르고 미국과 동맹들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면 미국은 그런 정보를 공유하거나 상의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정승조 합참의장이 ‘북핵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자위권 차원에서 미국의 동의 없이 선제 타격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때 한국군의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해 공격할 징후를 감지하면 그로부터 30분 이내에 선제 타격을 할 생각이었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동의가 필요치 않다면, 논리적으로 말해 미국도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국이 가능하다면 한국 정부와 사전에 상의할 것이라고 본다.”

―한반도의 핵전쟁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한미연합사령부는 북한이 먼저 핵공격을 하지 않는 한 북한에 먼저 핵을 사용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에 있어서도 핵을 사용한다는 건 최대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핵무기가 하나만 서울에 떨어져도 300만 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을 것이다. 이런 핵무기가 75개 떨어진다고 상상해보라. 미국은 북한이 핵이 없을 때에도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되면서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 북한이 스스로 한국에 핵공격을 하고 자신은 무사할 것이라고 오판할 정도로 어리석을까봐 두렵다.”

―왜 북한이 먼저 핵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 위원장의 핵무기 보유 목적은 여러 가지다. 전쟁을 억지하려는 차원도 있지만 무력으로 상대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북한 정권이 매우 대담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부주의하게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 보진 않지만 그가 북한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흔들린다고 판단하면 체제 결속을 위해 한국 침공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요즘 북한에서 굶는 사람이 늘어나고 사회 불안의 기미가 보이는 상황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지속적으로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2015년 공개된 북한의 전쟁 계획을 보면 북한은 전쟁 시작부터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격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한국 군대는 북한 군대에 상대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주한미군을 한국군 전력에서 배제한다면 아마도 맞는 말일 것이다. 이는 한국에 있어 한미 동맹이 필요한 이유다. 한미 동맹이 확고하다면 북한은 (군사적으로 한국보다) 우월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군의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북한은 곧 한국을 군사력에서 앞설 가능성이 있다. 한때 50만 명이 넘었던 한국의 육군 규모는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2022년 36만5000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내 추정으로는 2026년 29만 명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 한미 양국은 동맹을 계속 유지해야 하며 한국군의 전투력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11월 3일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북-미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누가 이기든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기에 전망이 쉽지 않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긴다고 가정하면 북한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새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누가 될지 알 수 없어 더더욱 예측이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비핵화 협상을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내려면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선결 조건은 뭔가. 문 대통령이 이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보나.

“김 위원장은 핵이 자신에게 ‘부채’가 아니라 ‘자산’임을 확신하는 한 비핵화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이 그동안 채택된 모든 선언과 합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26년 전인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보면 ‘남북한은 핵무기를 시험, 제조, 생산, 저장, 보유하지 않을 것이며 핵에너지는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한다’고 돼 있다. 그러므로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순간 이를 위반한 꼴이 됐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어떤 의지라도 갖고 있다면 이미 판문점 선언을 이행할 준비를 했을 것이다. 나는 김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비핵화에 동의하게 한 점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동시에 판문점 선언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선 낮은 점수를 주겠다.”

―향후 북-미 관계 전망은….

“내 추측으로는 김 위원장은 200∼300개, 또는 그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해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심지어 중국에도 맞설 정도로 힘 있는 나라가 되길 원할 것이다. 북한 노동당이 지금까지 북한 엘리트에 해왔던 얘기들을 되짚어보라. ‘우리의 경애하는 최고지도자가 핵무기를 통해 세계를 지배할 것이며, 미국이 아닌 주체 조선에 의해 세계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이게 북한의 야심이다.”

○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1973년 미 캘리포니아공대 졸업(경제학)
△1975년 랜드연구소 입사
△1979년 파디랜드 대학원 정책분석학 박사 학위
△1982∼현재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1993∼1998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겸임교수
△1999년∼현재 파디랜드 대학원 정책분석학교수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한반도 군사안보 전문가 브루스 베넷#북한#북한 핵무기#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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