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옵티머스 사기 행각 막을 ‘두차례 수사 기회’ 놓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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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김재현 투자금 유용’ 내부 관계자가 배임 혐의 고소
10월엔 전파진흥원서 檢수사의뢰… 옵티머스-NH투자증권 연결고리
정영제까지 모두 무혐의 처분
檢, 용산구 자택 ‘5억 근저당권’ 등 ‘옵티머스-鄭’ 돈흐름 단서도 확보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50·수감 중)가 2018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투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내부 고발됐지만 고소인의 갑작스러운 취하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실이 9일 밝혀졌다.

특히 당시 고소 내용엔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57)가 ‘공모자’로 들어가 있었다. 정 전 대표는 옵티머스펀드의 90% 이상을 판매해 펀드 수탁액을 폭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NH투자증권을 연결시킨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2월 김 대표가 정 전 대표와 공모해 옵티머스에 투자된 전파진흥원의 자금으로 성지건설을 인수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서울강남경찰서에 접수됐다. 내부 관계자 A 씨는 김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가 돌연 “착오였다”며 더 이상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전파진흥원도 뒤늦게 펀드 투자금이 성지건설 인수자금으로 사용된 것을 알고 김 대표에 대해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2018년 10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자금이 공공기관매출채권에 제대로 투자됐는지 확인해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수사 의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모두 무혐의 처분을 했다. 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서에는 정 전 대표가 2017년 10월 성지건설 이사로 선임된 사실도 언급돼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행각과 관련해 2018년부터 검찰이 이미 2차례의 수사 기회를 놓쳐 결과적으로 대규모 펀드 사기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 대표는 2009년 부동산 개발 시행사 대출심사를 맡은 금융기관 직원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대표 등 옵티머스 관계자들을 구속 기소한 뒤 정 전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했지만 3개월째 신병 확보를 못 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종적을 감추기 전인 올 7월 “옵티머스자산운용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정 전 대표가 2019년 4월부터 대표이사로 취임한 부동산 컨설팅업체 골든코어 측도 전임 이사였던 유모 스킨앤스킨 총괄고문(39·수감 중) 등 경영진이 사임하고 정 전 대표 체제로 교체된 이후 “옵티머스 자금을 직접 투자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옵티머스와 관계를 부인한 정 전 대표의 서울 용산구 자택에는 2019년 7월 옵티머스 자금이 투입된 대부DKAMC 명의로 5억20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검찰도 이 시기 총 4억여 원의 자금이 정 전 대표에게 흘러간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코어가 추진 중인 경기도 소재 한 물류단지 사업은 김 대표가 검찰 수사 전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도 등장한다. 김 대표는 이 문건에서 올 9월 사업이 인허가 되면 최소 1680억 원의 차익이 예상된다고 썼다. 정 전 대표가 운영하는 골든코어의 핵심 사업이 옵티머스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골든코어는 정 전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5월에도 옵티머스 자금 ‘경유지’ 역할을 했던 부동산 업체 트러스트올로부터 43억여 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정 전 대표가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의 연결고리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골든코어 법인 등기부에는 정 전 대표의 아내 박모 씨가 감사로, 김 대표의 아내 윤모 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본보 취재팀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소재 정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갔지만 집은 비어 있었다. 이웃들은 “(정 전 대표 부부가) 요즘 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 기자
#옵티머스#김재현#정영제#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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