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일 몰아주고 나머지 쉬는 ‘묶음작업’ 적발…무더기 징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4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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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할당된 업무를 일부 직원에게 몰아주고 나머지 직원은 쉬는 이른바 ‘묶음작업’ 사례가 적발돼 직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품질 다잡기에 나선 현대차에서는 상습적인 조기 퇴근과 근무지 이탈 등 비정상적인 근무 관행에 대한 징계가 잇따르고 있다(본보 7월 13일자 B3면, 7월 31일자 A16면 참조).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울산공장 안에서 묶음작업 사례를 적발하고 현장 근로자와 관리자 50명 이상에게 무더기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징계 수위는 직책과 책임에 따라 정직, 감봉, 견책 등으로 결정됐다.

묶음작업은 정해진 작업을 일부 직원에게 몰아주는 작업 행태로, 2명 몫의 작업을 1명이 처리하는 ‘두발뛰기’, 3명 몫을 1명이 처리하는 ‘세발뛰기’ 등으로도 불린다. 이번에는 두발뛰기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작업 관행은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사람의 작업 분량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품질 결함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일부 신차에서 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울산공장에서는 비정상적인 근무 관행에 대한 징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정해진 근무시간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고 일찌감치 작업장을 벗어나는 상습적인 조기 퇴근 관행으로 300명 이상이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또 근무 시간에 공장 내부에서 낚시를 하려고 자신의 근무지를 이탈했던 근로자가 정직 처분을 받기도 했다.

과거 현대차에서는 자신의 작업을 일찌감치 끝내고 퇴근하거나 근로자끼리 작업량을 주고받는 식의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노동조합의 권한이 막강해 사측이 비정상적인 근무 행태를 바로잡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노조까지 위기감을 가지면서 품질개선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음에도 일부 근로자들이 이 같은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친환경차 시대와 미래차 격변기를 맞아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알려지는 것조차 부끄러운 작업 관행”이라며 “엄격한 징계는 당연한 조치지만 이에 앞서 근로자 스스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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