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한국에 “中 5G장비 사용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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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포럼서 ‘클린 패스’ 구상 전달… ‘넷플릭스법’ 관련 우려 표명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시작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중국 기업의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0일 화상으로 열린 제5차 한미 정보통신기술(ICT) 정책포럼에서 미 국무부는 5G망 구축에서 화웨이와 ZTE를 배제하는 전략인 ‘5G 클린 패스(Clean Path)’ 기조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과기정통부 정희권 국제협력관(국장)과 미 국무부 스티브 앤더슨 부차관보 대행(국장급)이 수석대표로 참여했다.

당초 미국 측은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보안 우려를 이번 포럼 의제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민감한 문제를 다루지 말자는 한국 측의 반대로 의제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포럼 진행 중에 5G 클린 패스 구상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과기정통부는 8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법을 입법 예고했다. 미국 측은 “우리 기업(넷플릭스)만 겨냥하는 법 아니냐”고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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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5G) 클린 패스’ 구상에 대해 전달하고 싶다.”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미 정보통신기술(ICT) 정책포럼 도중 미 국무부 측 참석자는 불쑥 이 같은 얘기를 꺼냈다. 당초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한미 양측이 사전에 합의했는데 미국 측이 굳이 언급한 것이다. ‘5G 클린 패스’는 화웨이, ZTE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자는 미국 측의 구상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중국산 5G 장비 배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포럼을 앞두고 미국 측은 클린 패스를 포럼 안건으로 다루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 측은 ‘외교부 소관 사안에 더 가까워 포럼 의제와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반대해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 측이 굳이 클린 패스를 언급한 것은 미 정부가 공식 외교채널인 외교부를 넘어서 5G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를 통해 우리 기업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포럼 이전부터 미 정부가 클린 패스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 부처의 사안이 아니어서 얘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며 “포럼 내용 중 5G 이동통신 보안 의제가 있었는데 미 정부가 자연스럽게 클린 패스를 꺼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주도의 중국산 5G 장비 활용 배제 움직임과 관련한 문제를 최대한 피해 가려는 입장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어서 해당 사안이 자칫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설익은 입장이 외부에 전달됐을 때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측의 압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은 LG유플러스다.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의 5G 무선장비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측은 당장 화웨이 통신장비를 철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망 투자비용의 손실뿐만 아니라 서비스 단절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측은 미 정부의 직간접적인 요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서 미국 측은 최근 한국 정부가 입법 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에 대한 우려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이 넷플릭스와 같은 특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든 법안 아니냐는 것이다. 또 시행령 안에 미국 기업의 서버를 한국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있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넷플릭스법은)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특정 국가의 기업을 배제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는 취지로 미국 측에 설명했다”며 “입법 예고 중이어서 공식 창구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고 밝혔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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