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미래사업 세일즈… 삼성, 5G 글로벌 영토 넓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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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버라이즌에 8조원 장비 공급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의 5세대(5G) 통신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따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계약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수차례 화상 통화를 하며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8년 평택사업장 건설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동아일보DB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의 5세대(5G) 통신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따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계약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수차례 화상 통화를 하며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8년 평택사업장 건설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동아일보DB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1위 통신사업자 버라이즌과 8조 원에 이르는 대형 통신장비 계약을 맺자 7일 국내 전자·통신업계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통신기술 선진국으로 꼽히지만 유독 통신장비 시장에서 기업들의 활약은 미비했다. 4세대(4G)가 주를 이뤘던 2019년에 삼성전자 이동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은 5위(약 8%)에 머물렀다. 5G 시장만 보면 시장점유율은 16.6%로 늘어나지만 화웨이(32.6%), 에릭슨(24.5%), 노키아(18.3%)에 이어 여전히 4위다.

그래서 업계는 이번 버라이즌과의 계약을 놓고 기록적 금액뿐만 아니라 버라이즌이 갖고 있는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으로 규모가 약 300조 원에 달하는 미국 1위 사업자다. 통신장비는 사회 인프라적 성격이 짙고, 한 번 수주하면 10년 이상 유지되기 때문에 양 기업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수주 이력’이 공급자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5G 선진 시장으로 꼽히는 한미일 주요 통신사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등 글로벌 통신사와 네트워크 장비 수주 이력을 꾸준히 쌓아오고 있다”며 “글로벌 5G 시장 영토를 넓히고 있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버라이즌과 계약한 건 초대형 금액 이상의 성과”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2018년 5G를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용 반도체 등과 함께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5G 영토’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통신 네트워크 장비 투자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많은 국가가 5G 통신 전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더 큰 기회가 생기고 있다. 미국 주요 통신사는 4G 통신장비까지도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 장비를 쓰지 않았지만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우방국 상당수는 화웨이 장비를 썼다. 미국의 반(反)화웨이 기류에 이들 국가가 동참하고 있어 삼성이 뛰어들 틈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6월 삼성전자는 캐나다 3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텔러스의 5G 이동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는데, 이 기업은 그동안 중국 화웨이의 4G 이동통신 장비를 100% 사용해 오다가 5G 공급사 선정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의 미국 내 판매를 사실상 ‘봉쇄’하고, 유럽 국가가 하나둘씩 이에 동참하자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수주가 확대될수록 국내 중소 협력사의 매출 확대와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버라이즌과의 계약을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혁신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고, 이 계약을 앞두고도 여러 차례 화상통화를 하며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오랜 사업적 파트너인 버라이즌과 차세대 네트워크 진화를 위한 협력을 확대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버라이즌 고객들에게 향상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5G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일 dong@donga.com·곽도영 기자
#삼성전자#버라이즌#통신장비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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