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취업의 꿈 빼앗긴 ‘코로나 청년 세대’의 아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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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하반기에 신규채용을 하겠다는 기업이 4곳 중 한 곳(25.8%)에 불과했다. ‘입사원서 수백 장을 넣어도 합격이 어렵다’는 것이 지난해까지의 상황이었다면 올해는 ‘원서 넣을 기회조차 사라졌다’는 게 취업 준비생들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로 인턴 채용이 줄고 교환학생·해외연수와 자격증 취득 같은 ‘스펙 쌓기’에도 차질이 빚어져 휴학하거나 입대해 사회 진출을 늦추려는 청년도 많아지고 있다.

‘취업절벽’의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코로나19 사태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청년들의 취업문을 더욱 좁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15 총선 이후 노동계 역성을 들면서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입법들을 여당이 앞장서 추진하자 여유가 있는 기업들마저 신규채용을 주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노동시장 유연성과 적대적 노사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서비스업종에선 크게 오른 최저임금, 경직적 주 52시간제 탓에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이 부담스러운 여러 대기업이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청년들은 취업 기회가 언제 생길지 예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취업대란과 높은 실업률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은 현재 미국의 실직자 중 31∼56%가 영구적 실업상태에 빠질 것이란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한국은 노동시장 이동성이 미국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간 실업 가능성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했다. 정부는 청년들의 경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 일자리를 잔뜩 늘리는 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규제혁파를 통한 기업 활력 회복과 노동유연성 제고가 근본 대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 청년 세대#취업절벽#취준생#청년 실업#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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