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스가, 총리 가능성 99%?…한일 관계 변화 가능성은?

도쿄=박형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입력 2020-09-01 17:12수정 2020-09-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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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사실상 차기 총리로 결정됐다. 집권 자민당 주요 파벌이 자민당 총재로 잇따라 ‘스가 지지’를 밝혔고, 자민당이 당원 투표를 생략한 약식 투표로 총재를 선출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재출범한 2012년 12월부터 관방장관을 맡으며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원래 총리의 임기는 3년이지만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인한 약 1년의 잔여 임기(내년 9월까지) 동안에만 총리를 맡게 된다. 대한(對韓) 외교를 포함한 아베 정권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침내 1인자 자리에 오르는 스가
NHK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총무회를 열고 국회의원(394표)과 광역지자체 대표(141표)가 참여하는 중·참의원 의원총회를 통해 새 총재를 뽑기로 했다. 이에 따라 14일 열리는 양원 의원총회에서 과반(268표)을 얻으면 총재가 된다.

스가 장관은 1일 현재 자민당의 호소다파(98표), 아소파(54표), 니카이파(47표), 이시하라파(11표), 무파벌(약 30표)에서 약 240표를 확보했다. 여기에 다케시타파(54표)도 스가 장관을 지지할 것이 유력시되는데 그 경우 스가 장관은 294표를 확보해 과반이 된다. 지자체 대표로부터 ‘0표’가 나오더라도 총재로 선출되는 것이다. 약식 투표를 실시한다는 총무회 결과가 알려지자마자 민영방송 TBS는 “스가 총리 가능성이 99%”라면서 차기 내각의 하마평까지 내놨다. 스가 장관은 2일 총재 선거 출마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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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정치인이 즐비한 일본 정계 핵심부에서 스가 장관은 부모 배경, 파벌, 학벌 없는 보기 드문 자수성가 정치인이다. 아키타현의 딸기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졸업 후 도쿄로 와 쓰키지어시장 짐꾼, 경비원, 주방 보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호세이대 정치학과 야간학부를 졸업했다. 중의원 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요코하마 시의원을 거쳐 1996년 자민당 공천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현재 8선이다.

그는 7년 8개월 간 관방장관을 맡으며 행정부 2인자로서 아베 총리를 보좌하며 관가를 지휘했다. 2014년 내각관방 조직 아래 내각인사국을 설치해 간부 공무원의 인사권을 쥐었다. 그러자 일본 공무원들이 ‘손타쿠(忖度·윗사람의 뜻을 헤아려 행동)’하게 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 한일 관계 변화 가능성은 낮아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3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NHK 캡처) © 뉴스1
정책 측면에서 아베 총리가 ‘공격형’이라면, 그는 ‘수비형’이다. 아베 총리가 역사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에서 질주하며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킬 때 스가 장관은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왜 문제냐”고 감정적으로 답변하자 스가 장관이 주의를 당부했다는 일화도 있다.

다만 한국 관련 정책에 대해선 원칙주의자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스가 장관이 의외로 한국에 대해 무척 강경하다”며 “한국 관련 정책을 보고하면 ‘위안부 합의 때 봤잖아’라며 부정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배상문제에서도 스가 장관은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말해 “한국과 협의하고 싶다”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과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스가 정권이 출범하더라도 사실상 ‘위기관리 내각’ 성격이 강한 만큼 한일 관계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에 비해 이념적 신념이 약하다. 그런 측면에서 그가 총리가 되면 한일 관계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고 적어도 현상 유지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1년 임기의 과도적 내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한일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외교 소식통도 “근본적으로는 아베 내각을 잇는 ‘연장 정권’이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11월 말로 추진 중인 한국 개최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등 올해 안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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