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계 ‘직원 모델’ 기용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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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오프라인 패션쇼 무산
디자이너-브랜드 개성 살리는 스토리텔링으로 승부수 띄워

버버리는 전문 모델 대신 여러 부서 직원들이 집 앞에서 신제품을 입은 사진으로 룩북을 제작했다. 버버리 제공
버버리는 전문 모델 대신 여러 부서 직원들이 집 앞에서 신제품을 입은 사진으로 룩북을 제작했다. 버버리 제공
버버리는 최근 2021년 봄여름 프리컬렉션용 룩북(look book·패션 관련 제품 정보를 담은 책자) 제작을 앞두고 회사 내부에서 모델 신청자를 받았다. 체크, 아이코닉 스프라이트 등 버버리의 고전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번 컬렉션의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려한 쇼 뒤편에 가려져 있던 스태프들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한 것. 디자인 부서뿐 아니라 재정, 소매, 구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 분야 근무자들이 두루 지원했다.

선택된 이들은 새로운 시즌 컬렉션을 입은 뒤에 실제 자신이 사는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전문 모델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성별과 연령, 체형이 다양한 직원들이 실제 거주지 앞에서 찍은 사진은 자연스러움과 개성이 묻어나 눈길을 끌었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는 “버버리의 고유한 개성만이 아니라 ‘버버리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재들을 함께 선보여 더욱 자랑스러운 컬렉션”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패션쇼를 열지 못하게 되면서 이처럼 패션업체가 자사 직원들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룩북과 디지털 쇼로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런웨이에서 1, 2초에 전문 모델들이 완벽하게 갖춰 입거나 걸친 신제품을 선보이던 이전 같은 방식을 쓰기 어려워지면서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스토리텔링이 훨씬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패션 회사의 스태프들은 단순히 직원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다양성과 개성을 더욱 진실되게 보여주는 통로로 주목받는 추세다.

구찌는 디자이너들이 신제품을 입은 ‘에필로그 컬렉션’을 SNS 등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진 출처 구찌 인스타그램
구찌는 디자이너들이 신제품을 입은 ‘에필로그 컬렉션’을 SNS 등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진 출처 구찌 인스타그램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도 최근 디자이너들이 직접 신제품을 입고 모델처럼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밀라노 디지털 패션위크’ 기간 구찌 홈페이지 및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 공개한 ‘에필로그 컬렉션’에서는 남녀 기성복 디자이너 및 핸드백 아동복 액세서리 디자이너 등 각 분야 디자이너들이 신제품을 장착하고 나온 모습을 공개했다. 책상에 포스트잇을 붙이듯 디자이너의 착장(着裝) 컷을 화면에 붙여 넣는 독특한 방식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 시대를 타개하려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으로 전통적인 패션 공식이 또 한번 깨지는 셈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직원 모델#코로나19#버버리#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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