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도자기가 왜 日호텔에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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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신왕실도자’展… 백자 채색 도자기 29일 첫 공개
프랑스서 선물받은 것 중 하나, 영친왕 日저택 지을때 딸려간 듯

고종 가족사진 뒤로 보이는 세브르 클로디옹병(위 사진). 프랑스로부터 고종이 선물 받았지만 지금은 일본 프린스호텔 레스토랑에 놓여 있다. 서울대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고종 가족사진 뒤로 보이는 세브르 클로디옹병(위 사진). 프랑스로부터 고종이 선물 받았지만 지금은 일본 프린스호텔 레스토랑에 놓여 있다. 서울대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 제공
1886년 조선과 수교를 맺은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은 도자기 두 세트를 선물한다. 세브르 도자제작소에서 만든 ‘백자 채색 살라미나병’과 ‘클로디옹병’이다.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신(新)왕실도자’전에서 이 프랑스 도자기가 최초로 공개된다. 그런데 전시장에는 살라미나병만 자리하고 있고, 클로디옹병 한 쌍은 찾을 수 없다.

소장품에 없어 분실된 줄로만 알았던 클로디옹병은 최근 엉뚱하게도 일본 도쿄 프린스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 도자기가 일본에 가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클로디옹병은 깊고 신비로운 코발트색과 붓 자국이 아지랑이처럼 남아있는 명품이다. 금속 산화물 대다수가 1000도에서 분해되기에 푸른색을 내려면 최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클로디옹병의 푸른색을 ‘세브르 블루’라고도 부른다. 손잡이와 외곽에는 금테두리가 둘러져 있다.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선보이는 ‘신(新)왕실도자’전을 준비하던 국립고궁박물관 학예팀은 클로디옹병의 소재를 사진으로 추적했다. 1918년 촬영한 대한제국 황실 가족사진에서 모습을 확인했다. 그런데 1950년대에는 일본 도쿄 영친왕 저택 사진에서 클로디옹병이 발견됐다. 영친왕의 아카사카 저택이 1930년 완공되면서 석조전 가구 일부가 넘어갔는데, 이때 클로디옹병도 함께 간 것으로 학예팀은 추측하고 있다.

1955년 영친왕 저택은 세이부그룹 창업자 쓰쓰미 야스지로(1889∼1964)에게 매각됐다. 이후 세이부그룹 계열사인 프린스호텔로 활용되다가 2016년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재 프렌치 레스토랑 및 결혼식장으로 운영 중이다. 레스토랑이 영친왕 저택의 구조와 인테리어를 그대로 활용해 클로디옹병도 90년 넘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후문이다.

곽희원 연구사는 “일본에서 클로디옹병을 직접 봤을 땐 소름이 돋았지만, 이내 도자기에 담긴 근대 조선 왕실의 슬픈 역사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프린스호텔 구관인 영친왕 저택은 철거 위기에도 놓였으나 호텔 측이 마음을 바꿔 다행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클로디옹병은 국내로 돌아올 수 있을까? 현재 사기업인 세이부그룹이 소유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일본 황족의 재산이 몰수될 때 황족 일원이었던 영친왕 저택도 부동산 업자에게 넘어갔다. 학예팀은 작품 대여 협의도 진행했지만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았다. 곽 연구사는 “우선은 해외 소재 문화재를 확인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립고궁박물관#신왕실도자#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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