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뇌염모기 평년 3배… 환자 94%가 40대 이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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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전국에 경보 발령

올해 전체 모기 발생이 예년에 비해 40% 이상 줄었지만 이례적으로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일본뇌염모기)가 3배 규모로 급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이달 12∼18일 일주일 동안 전국 9곳에서 채집한 모기를 분석한 결과 일본뇌염모기는 평균 92개체였다. 2014∼2019년 평균 30개체의 3배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33개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채집된 전체 모기는 평균 777개체로 2014∼2019년 평균 1344개체에 비해 42.2% 감소했다. 작년에는 1417개체였다. 질본은 23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뇌염모기가 유독 급증한 이유는 확실치 않다. 전문가들은 6월 이후 예년에 비해 선선한 날씨를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일본뇌염모기의 경우 다른 모기보다 선선한 날씨에서 번식을 더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월 말 이후 시베리아 지역의 찬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면서 심한 더위가 별로 없었다. 최근에는 장마 때문에 덥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근화 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2015년 남미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 오랜 가뭄 뒤 쏟아진 비가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며 “모기 개체 수는 기온, 강우량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올해 일본뇌염모기 증가에도 날씨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뇌염은 백신이 있고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나지 않지만 최근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일본뇌염 환자 수는 2017년 9명에서 2018년 17명, 2019년 3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일단 어릴 때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받았다면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중장년이나 고령층 중에서는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면역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질본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일본뇌염 환자 128명 중 120명(93.8%)이 40대 이상이었다. 50대가 50명(39%)으로 가장 많았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해마다 6만8000건가량의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치사율은 약 30%로 알려졌다.

조은희 질본 예방접종과장은 “우리나라가 소아 대상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일본뇌염을 추가한 것이 1985년부터여서 이전 세대는 뇌염 감염에 취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질본은 성인이라도 일본뇌염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숙주 역할을 하는 돼지 축사나 뇌염모기 서식지 중 하나인 논 인근에 거주할 경우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의 경우 보통 1회만 접종하면 된다. 비용은 7만∼8만 원이다. 어린이 접종만 하는 병원도 많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일본뇌염에 걸리면 초기에 고열 두통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도 흡사한 탓에 증세를 잘 살펴야 한다.

최근 2년간 일본뇌염 환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바이러스 변이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서 채집된 일본뇌염모기에서는 Ⅱ, Ⅲ형 바이러스가 검출돼 오다 2010년부터 V형이 검출되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변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백신 효능을 꾸준히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질본은 일본뇌염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과 함께 여름철 야외 활동 시 밝은 색의 긴 옷을 입고, 향수나 화장품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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